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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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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집단 유배, 그 후- 김용훈(광역자치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1-07-13 20: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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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장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고 수준의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됐지만 경남을 비롯한 비수도권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비수도권도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우리는 사실상 유배 중이다. 집단 유배이다. 이동을 제한하고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선시대의 유배 생활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조선시대에 유배형은 사형 다음으로 무거운 형벌이었다. 공동체를 생활의 기반으로 삼는 조선 사회에서, 유배형은 공동체에서의 분리를 의미하는 형벌이었기 때문이다. 유배형은 종신형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유배인들은 정국의 변화나 특별한 사정에 의해 풀려나거나 중앙 정계에 복귀하기도 했다.

    ▼사형 다음의 중형임에도 불구하고 유배형은 죄인에게 정신적, 육체적 괴로움만을 주는 형벌은 아니었다. 모든 유배인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권세와 경제력을 지니고 있는 죄인들은 유배지로 가는 도중 풍성한 음식에 기생까지 동원된 융숭한 접대를 받고 온갖 선물을 챙겨가며 유배지로 향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편안히 한가롭게 지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관리가 아니거나 경제적으로 빈궁한 처지에 있던 유배인은 사비로 유배길을 가야 했고, 유배지에서도 힘들게 생활해야 했다.

    ▼사회적으로 모두가 위기를 겪을때 빈부의 격차는 벌어진다. 누군가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지만 한켠에서는 위기를 기회 삼아 부를 축적하기도 한다. 코로나 충격에도 대기업들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악재를 극복하며 흑자로 선방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한켠에서는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죽어나고 있다. 코로나 시국의 격차는 코로나 이후에 더 크게 벌어질 것이다. 정부는 이 격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코로나 이후가 더 큰 문제이다.

    김용훈(광역자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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