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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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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아빠, 노담하세요”- 정성화(남해군 정보전산팀장)

  • 기사입력 : 2021-07-13 2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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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임과 행사가 거의 사라진 요즘,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는데 마스크를 쓴 여자아이가 “아빠 노담하세요!”라며 깜찍하게 한마디 한다. 다시 돌려보고 싶어졌다. 혐오감을 주던 어떤 금연광고와는 달리 호기심과 공감을 끌어내는 기발함에 놀랍다.

    남편도 담배를 피운다. 거주지 아파트 13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수고조차 기꺼이 감수하는 애연가다. 가족의 말 없는 눈치를 업고도 꾸역꾸역 담배를 피우는 것이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담배를 끊는다는 것은 내가 겪은 일 중에서 가장 쉬운 일이었다. 나는 그것을 천 번이나 끊었음을 알아야 한다’라고 마크 트웨인이 말했던 것처럼 담배를 끊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공용공간(필로티)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연기로 인해 소방차가 출동한 적이 있었다. 원인은 담배꽁초의 불씨였다. 다행히 신속한 대응으로 문제는 없었지만, 안전에 대한 이웃의 불안은 커졌다.

    국민건강증진법의 금연 환경 조성으로 최근 5년간 경남지역의 성인 남성 흡연율은 35%로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필자가 살고 있는 남해군에만 1584개소가 금연구역이다. 한바탕 소동으로 입주민 간 금연구역이 아닌 흡연실 설치를 논의하게 되었다. 마땅히 비용부담이 적은 자연환기와 비가림이 가능한 A곳을 선정해 동의여부를 물었으나 입주민의 엇갈린 사안으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4500원 담배 한 갑에는 부가세를 포함한 세금이 3364원이다. 담배가격의 75%가 세금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흡연자의 배려(금연)만을 바랄 뿐, 애연가의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편의나 재정지원을 받기는 쉽지 않다. 공공데이터 포털에서 흡연실 현황을 검색하니 3만4272건이다. 어쩌면 코로나시대 이용 중인 흡연실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도 세심하게 헤아려 볼 때이다.

    여기저기 문이 열리는 여름이다. 불청객 담배 연기는 다른 이에겐 분명 민폐다. 흡연가도 니코틴 패치, 니코틴 껌 같은 것으로 자신의 니코틴 갈증을 해소해 이웃을 살갑게 아꼈으면 한다. 이참에 남편을 포함해 금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노담’ 광고가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정성화(남해군 정보전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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