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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0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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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70) 뇌종양 항암치료 투병 건욱군

“형, 빨리 나아서 가족들에게 와 한 번도 못가본 제주여행 가자”
지난 4개월간 수술·항암치료 반복
창원집엔 할머니가 형·동생들 돌봐

  • 기사입력 : 2021-07-07 08: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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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문 안으로 들어서니 빨래 건조대 두 개를 빼곡히 채운 운동복과 수건이 눈에 들어온다. 아픈 허리를 복대로 감싼 할머니가 양말은 아직 널지도 못했다며 한숨을 쉰다. 초등학생 축구선수 2명, 1명의 남고생이 사는 집에 며칠간 밀린 빨래들을 하면서다.

    이 집에는 원래 여섯 명이 산다. 엄마, 아빠와 둘째 건욱(15·가명)이도 있어야 하지만 지금 멀리 서울에 떨어져 있다. 불과 넉 달 전인 2월 중순, 귀가 아파서 이비인후과에 다니다 차도가 없어 MRI를 찍었는데 얼른 큰 병원으로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틑날 갑작스레 열이 펄펄 끓어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정확한 병명은 ‘악성 수모세포종’. 수술을 받았지만 일주일새 수두증으로 뇌척수액을 밖으로 빼내는 뇌 실외 배액술, 뇌 천공술 등을 받았다. 내년까지 건욱이가 견뎌내야 할 치료는 항암 치료 6번, 방사선 치료 12번, 양성자 치료 13번, 조혈모세포 이식 2번, 고함량 항암 치료 2번이다. 4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수차례의 수술과 항암을 거치면서 지금은 몸의 왼쪽 부분이 마비가 와 혼자서는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다. 몇 달 사이에 이런 일을 겪은 가족들의 상심을 헤아리기 어렵다.

    지난달 30일 창원 건욱이네 집에서 의창구 사회복지 담당자들이 형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창원시 의창구/
    지난달 30일 창원 건욱이네 집에서 의창구 사회복지 담당자들이 형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창원시 의창구/

    “딸 같은 아들 있다잖아요. 건욱이가 꼭 그랬어요, 어린데도 밥솥에 밥을 해서 동생들 먹이고, 요리도 좋아해서 할머니한테 육즙 안 빠지게 고기를 구워주고, 그런데 갑자기 아파서 마음이 미어집니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창원시에 한 명 정도 꼴로 있는 병이라네요. 아프면서도 엄마와 동생들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아이예요.” 아픈 손자 생각에 연신 눈물을 훔치는 할머니는 최근 디스크가 심해져 2~3일에 한 번꼴로 들러 아이들을 돌봐주고 나머지 빈자리는 공부에 힘쓰고 있는 첫째 건형(17·가명)이가 채운다.

    수천만원 단위의 수술비, 병원비, 항암 치료비에 나머지 다섯 가족의 생활비까지 큰돈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아무런 경제적 소득이 없어 가족들은 앞이 막막하다. 아빠가 사업 실패로 4년 전 파산해 빚을 갚아나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엄마가 식당일을 하면서 생활비를 벌어왔지만 건욱이 병간호를 시작하게 되면서 소득이 끊겨 서울 병원 근처에 한 몸 누일 월세방 비용마련도 걱정거리다. 창원 집세도 얼마간 내지 못해 쫓겨날 형편이었다가 긴급 지원비를 받아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엄마와 형을 위해 사형제의 막내 둘은 자신들의 몫에 최선을 다한다. 2년 전 함께 축구를 시작한 후 매일 오후 7~8시까지 훈련한다. 세계적인 축구선수 호나우지뉴를 좋아하는 셋째 건우(12·가명)는 스트라이커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수비수인 막내 건용(10·가명)이는 태극마크를 달 거라 자신있게 말한다. 중고 축구화를 신고 훈련하면서도 불평 한 번 없는 형제다.

    같이 온라인 축구게임을 하고, 공도 함께 찼던 다정한 형을 그리워하는 형제는 얼른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살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 모이게 된다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제주도 여행을 가고 싶다 했다. “형, 기다리는 사람 많으니까 우리 걱정하지 말고, 빨리 나아서 와”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6월 2일 18면 어려움 딛고 검도지도자 꿈꾸는 정현군 경남은행 후원액 300만원 일반 모금액 129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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