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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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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87) 왜곡역사(歪曲歷史)

- 역사를 엉터리로 조작하다.

  • 기사입력 : 2021-07-06 0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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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왜곡’이란 말은 그동안 많이 들어왔다. 일본의 침략행위 부정이나, 중국이 고구려(高句麗) 발해(渤海)의 역사를 자기 나라 역사로 만든 것이 대표적인 역사왜곡이다.

    그런데 거기에 못지않게 중국에서 줄기차게 왜곡하는 역사가 있다. 바로 한국전쟁에 대한 사실이다. 중국에서는 한국전쟁 개입을 ‘항미원조(抗美援朝)’라고 일컫는다. ‘미국의 침략에 대항해서 조선을 지원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중국이 외교관계가 없었으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었겠지만, 국교를 맺은 지 30년 가까이 됐는데도 여전히 항미원조라는 말을 강조해서 쓴다.

    2021년 7월 1일은 중국공산당 성립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천안문 광장에서 대규모 기념식이 있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 자리에서 연설하면서 한국전쟁 개입을 “인류평화와 정의를 위해서 싸워 위대한 승리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작년 2020년 7월 1일에는 조선전쟁 70주년 기념식을, 10월 25일에는 조선전쟁 출전기념식을 대단하게 거행했다. 시진핑의 연설 요지는 언제나 같았다. 중국의 전승기념일은 중국의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행사로서, 1945년 해방을 포함해서 한국전쟁도 당연히 그 안에 들어간다. 중국은 조선전쟁에서 자기들이 위대한 승리를 거두었다고 자랑하고 있다.

    사실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서양열강에 계속 침략을 당하다가, 한국전쟁에서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싸워 무승부로 휴전했으니, 가장 자랑하고 싶은 전쟁이 한국전쟁이다.

    그런데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은 그 영문도 모르고 시진핑의 초청을 받아들여 전승기념행사에 참석해서 시진핑 바로 옆에서 박수를 쳤다. 시진핑의 연설 가운데는 중공군이 우리나라 침략한 것을 잘했다고 하는 내용이 있었으니,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은 정말 정신 나간 일이고, 시진핑이 우리나라를 얕보게 만든 계기를 만들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북경대학(北京大學)에서 강연할 때, “중국과 한국은 근대사의 고난을 함께 극복한 동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여러 번 우리에게 고난을 안겨준 나라이고, 그 대표적인 것이 한국전쟁 개입이었다.

    시진핑을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은 “대한민국은 나라도 아닌 상태였는데, 미국이 점령해서 전쟁을 일으켜 우리 중국을 위협하기 때문에 부득이 참전하게 되었고, 그 결과 위대한 승리를 거두었다”라고 하고 심지어 ‘항미원조정신’이란 말까지 만들어내어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모택동의 결정으로 중국 인민군이 개입하여 우리의 통일을 방해하고 수많은 동포를 죽게 만든 큰 죄에 대해서, 시진핑 등은 조금도 미안해하는 감정이 없다.

    동북역사공정의 왜곡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항의시위가 있었고, 언론 등의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의 지속적인 왜곡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물론, 정치가 언론인 학자 누구 하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중국은 대한민국을 더욱더 무시하면서 자기들 멋대로 발언하고 행동할 것이다.

    * 歪 : 굽을 왜. * 曲 : 굽을 곡.

    * 史 : 역사 사. * 實 : 열매·사실 실.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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