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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밴쿠버의 기후위기 교훈- 문미경(창원대 LINC+사업단 지역협업센터장)

  • 기사입력 : 2021-07-05 20: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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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화기 너머로 가뿐 숨소리가 들린다. 우여곡절 끝에 작은 아이가 선택해서 공부하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가 무더위로 들끓고 있다며 너무 더워서 숨이 막힐 것 같다는 하소연이다.

    “밴쿠버가 더우면 얼마나 더울까.” 아이의 호들갑이라 생각하고 가벼이 듣고 넘겼다가 밴쿠버가 열돔현상으로 기온이 급격히 상승해 사상자가 엄청나다는 친정어머니의 걱정에 그제야 급히 전화해 아이의 안위를 물었더니, 너무 더워서 하숙집 아저씨의 음악연습실인 지하방에 내려가서 더위를 피했다며 너스레를 떤다. 아마 대부분의 사상자는 노숙자들일 거라며 밴쿠버는 캐나다의 다른 도시에 비해 기후가 좋아 노숙자가 많다며 하숙집에서 안전하게 잘 지낸다며 밝은 목소리로 화답한다.

    그제야 우리가 말로만 듣는 기후변화를 실감한다. BBC뉴스에 따르면 이번 폭염은 캐나다 서부를 비롯해 북아메리카 지역이 기후변화에 따른 열돔현상, 특정지역에 고기압이 정체해 뜨거운 공기를 반구형 모양으로 가둬 놓은 현상으로 이로 인해, 도시온도가 50도에 육박했으며 밴쿠버가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폭염이 휩쓴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486명이 숨졌다(평시 평균 사망자는 165명)고 보도하며 이번 사태는 기후변화로 인한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번 기후위기 사태를 겪은 밴쿠버시의 경우, 서부지역은 잘사는 지역으로 도시계획 및 공원이 잘 조성돼 있으나 동부다운타운 지역은 나무나 공원이 부족하고 노숙자나 취약계층이 많은 지역으로 다른 지역보다 온도가 확연히 높아 기후 불평등이 도시 안에서도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많은 도시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확대 등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각종 자연재해와 신종 감염병, 먹거리 부족을 야기하는 기후위기는 사회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켜 자원이 없거나 권력이 없는, 아이들과 노인, 여성 등 취약계층에게 더 혹독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지자체가 추진하는 그린뉴딜정책에 기후위기 대비 도시 인프라에 무더위쉼터, 공원과 녹지조성 등과 같은 기후취약계층에 대한 섬세하고 세심한 정책이 포함되길 기대해 본다.

    문미경 (창원대 LINC+사업단 지역협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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