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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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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시즌3] (1) 컵도 공유시대

함께 쓰는 텀블러 함께 지키는 지구
“이대로 있다간 깨끗한 지구 사라진다” 위기감에 시작
사회적협동조합 ‘애기똥풀’ 지난해 12월 첫 출발

  • 기사입력 : 2021-06-27 2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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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신문은 지난 2013~2014년 인간과 환경의 공존을 위해 ‘인간과 환경 시리즈 시즌1’을 기획 보도했다. 그 첫 편 ‘기후 변화에 대응하자’를 시작으로 대기, 물, 토양, 숲, 생물 등을 두루 다루며 50편에 걸쳐 환경을 이야기했다. 이어 2017년부터 2019년에는 ‘인간과 환경 시즌2’를 통해 ‘환경을 대하는 우리들의 달라진 인식’과 ‘자연을 되살리려는 땀방울이 만든 기적’ 등 환경의 변화를 담았다. 지금 환경을 위한 탄소배출 줄이기와 일회용품 줄이기 등 사회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본지는 지구와 환경을 살릴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인간과 환경 시즌3’을 다시 시작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문제가 지구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설상가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배달과 위생 등을 이유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평균 848t으로 2년 전 같은 기간(732t) 대비 15.6% 증가했다.

    이미 많은 사람이 플라스틱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행동에 주저하는 사이 ‘이대로는 안 된다’며 민간이 나섰다. 바로 ‘공유텀블러’ 실험.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공유텀블러를 사용하고 여러 가게가 함께 사용하자는 움직임이다. 일회용 컵을 쓰지 않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공유텀블러를 사용하고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 ‘애기똥풀’과 ‘카페 아지트’를 창원에서 만났다.

    창원대생이 수거함 디자인, 제작은 창동목꽁소 참여
    테이크아웃 때 무료로 제공하면 고객이 자발적 반납
    반년 만에 창원·김해 10개 카페 참여·확산 추세
    “일회용품· 플라스틱 배출 안해 보람… 동참 늘었으면”


    ◇환경을 위한 공유텀블러 실험을 진행하다= “시민들이 환경을 위한 활동을 실천하고 싶어도 실천할 곳도 없고 몰라서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환경 보호 활동을 시민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그 생각에 공유텀블러 실험을 기획하게 됐죠.”

    황지연 애기똥풀 대표는 2019년 애기똥풀 사무실 이전을 준비하면서 일회용품이 아예 없는 카페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때부터 애기똥풀 카페에서는 공유텀블러를 사용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아이들이 컸을 때 깨끗한 지구는 이미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제가 먼저 환경을 위한 실천을 해야 한다고 결심했죠.”

    매장 안에서는 유리 잔에 음료가 제공됐고 테이크아웃 손님에게는 일회용 컵 대신 공유텀블러에 음료를 담아줬다. 텀블러는 무료로 제공됐고 추후 손님들이 가져다주는 방식이었다.

    황 대표는 이를 ‘경남 2020 사회혁신 실험(리빙랩) 프로젝트’를 통해 5개의 카페로 확대해 발전시켰다. 당시 경남제일신협이 공유텀블러 400개를 기부했고, 창원대 산업디자인과 학생들은 공유텀블러 수거함을 디자인하고, 창동 황두목의 목꽁소가 수거함 제작을 맡았다. 현재는 애기똥풀, 봄에by천언니, 아지트, 그린그린한 오후, 화가언니카페, 공유공간빨강, 커피세상, 김덕겸의 리얼커피, 리빙앤기빙, 좋아서하는카페 등 총 10개의 카페에서 공유텀블러 서비스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용방법은 10개의 카페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때 공유텀블러를 무료로 사용한 뒤 카페 앞 비치된 수거함에 반납하면 된다. “공유텀블러 실험은 ‘공유’에 초점을 맞췄어요. 무료로 편하게 쓸 수 있게끔 하자는 게 핵심이었죠. 텀블러들이 바로 회수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집에 쌓여서 갖다 줄 것으로 생각해요”

    재사용하는 만큼 세척에도 공을 들였다. 텀블러를 열탕소독 한 후 자외선 살균과 소독 과정을 거친다. 공유텀블러의 재질을 스테인리스 등 열에도 강한 소재로 준비한 이유기도 하다.

    창원시내 카페 입구에 설치돼 있는 공유텀블러 수거함./사회적 협동조합 애기똥풀/
    창원시내 카페 입구에 설치돼 있는 공유텀블러 수거함./사회적 협동조합 애기똥풀/

    ◇공유텀블러의 이점= “일단 저희는 물건 사는 통 외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거의 안 나와요. 그래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한 달에 한 번 버릴까 말까 하죠. 텀블러를 사용하니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도 않죠.”

    이런 이유로 공유텀블러 사용이 확대된다면 일회용 컵 쓰레기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황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카페 입장에서 공유텀블러 사용은 일회용 컵과 빨대를 구입하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시민들 입장에서 공유텀블러는 간편하게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황 대표는 전했다.

    “텀블러를 쓰면 일회용품 사용으로 인한 죄책감도 덜 수 있고 텀블러를 안 들고 와도 텀블러를 쓸 수 있으니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내 것처럼 쓰다가 지나갈 일 있으면 텀블러를 갖다 놓고 가면 되니 편하게 환경을 위한 실천을 하는 거죠.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데에 있어 새 발의 피도 안 되는 실천이지만 안 하면 안 되는 것 중 하나잖아요.”



    ◇환경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 위해 동참= “저희가 태어났을 때와 지금 환경이 다르듯이 20-30년 뒤 어떻게 변해있을지 모르잖아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덜 오염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함께 하게 됐어요” 황 대표와 함께 공유텀블러 사용에 동참하고 있는 카페 아지트 김지은 사장이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공유텀블러 사용으로 텀블러도 씻고 세척하고, 손님들이 오면 일일이 해당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하는 등 일은 더 많아졌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는 그다. 이어 김 씨는 “공유텀블러 사용으로 ‘친환경 카페’ 라는 좋은 이미지가 생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손님들도 이렇게라도 플라스틱을 덜 씀으로써 환경에 대한 죄책감이 줄어든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공유텀블러 실험에 참여한 카페 운영자와 텀블러 수거함을 디자인한 창원대 학생들이 회의를 진행했다.
    공유텀블러 실험에 참여한 카페 운영자와 텀블러 수거함을 디자인한 창원대 학생들이 회의를 진행했다.

    ◇공유텀블러 확산되기를= “이런 방식으로도 일회용품을 줄이고 환경을 살릴 수 있다는 걸 널리 알리고 싶었는데 여건상 쉽지는 않아요.” 친환경 매장을 가려도 해도 매장 자체가 많이 없어서 쉽게 접할 수 없듯이 공유텀블러를 작은 카페들끼리 모여서 하다 보니 아직까지는 접근성과 홍보 측면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황 대표와 김 씨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참여 매장이 늘고 수거함이 늘어나는 등 공유텀블러를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많이 있어야 사람들이 이런 것도 있다는 걸 알고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불편하면 잘 안 하게 되기 마련이잖아요.” 그러면서 황 대표는 창원에서 공용텀블러가 통용되는 날이 오기를 고대했다. “많은 카페가 공유텀블러 사용에 동참하고 또 누비자 옆에 텀블러 수거함이 비치 돼 길을 가다가도 언제 어디서나 텀블러를 반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긴다면 더 많은 시민들이 환경을 위한 실천을 쉽게 하지 않을까요?”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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