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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 2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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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흠 찾기와 허물의 고백- 김대군(경상국립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21-06-27 2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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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보다가 새삼스럽게 남의 이야기가 넘치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인해보니 오늘의 많이 본 글의 절반 이상이 사실의 전달보다는 남 이야기를 전하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좀 더 들여다 보면 남 이야기를 하여 관심을 끄는 콘텐츠들의 대부분은 칭찬하거나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흠을 찾아 비판하고 알리려는 글이나 동영상이다.

    왜 사람들은 남의 흠을 찾는데 몰두하는 것일까? 프랑스 철학자 리쾨르(Paul Recoeur)는 흠을 악의 상징으로 봤다. 흠은 물건이나 사람이 덜 아름답거나 순수하지 않도록 손상된 것을 말한다. 이러한 글자 그대로의 의미보다 흠은 더럽혀진 것, 부정 탄 것, 갖춰야 할 것이 빠진 것 등으로 악의 상징으로 더 자주 쓰인다.

    누군가 흠이 있다는 말은 원래 인간이 갖춰야 할 본래의 순수함이 더럽혀졌거나 선함에 손상이 가서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는 의미를 깔고 있다.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을 원시 시대에는 정화 의식으로 실천했다 한다. 오늘날도 사람들은 은연중에 흠을 찾아 없애야 한다는 정화 의식에 대한 공감과, 악을 징계하고자 하는 원시적인 정의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의 흠 찾기의 사회적 현상은 우선 스포츠계, 연예계의 학창 시절 폭력 피해 ‘미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학폭 가해자가 남긴 흠이 학창 시절의 순수성에 부정을 끼쳤던 악의 상징으로 들추어진 것이다. 학폭 가해자들의 흠을 그대로 두는 것이 세월이 흘렀어도 학폭 피해자들로선 용납되지 않은 것이다.

    학폭 미투 피해자들은 “저에게 OMR 카드나 시험지를 주고 대신 시험을 치르게 했다”, “폭행, 금품 갈취를 일삼았다”, “요구르트 1.5리터를 강제로 마시게 한 뒤 복부를 때려 토하게 했다”는 등 가해자의 흠 하나하나를 세상 밖으로 드러내는 데 동참했다. 이에 한 가해자는 마음 한 켠에 과거에 대한 죄책감이 늘 존재했고, 불안감으로 다가왔으며 과거가 항상 짓눌러왔다고 윤리적 두려움을 고백했다. 이에 흠을 인식하고 허물을 인정한 개인이 속한 조직은 재빠르게 정화 의식으로 대응을 했다.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결승행 티켓을 박탈했고, 스포츠계에선 국가대표 선수권을 박탈하는 등 흠이 조직으로 옮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그 공동체에서 부정 탄 것을 씻어내는 정화 의식의 상징적 행위로 마무리했다.

    올해 후반부의 흠 찾기는 대선 후보자들에게 맞추어질 듯하다. 정치계에 잠재되어 있는 흠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현재도 흠 찾기는 진행 중이다. 대선 후보자들의 흠이 이것이다라는 글과 동영상이 넘치게 될 것이다. 아무리 강한 정치가라도 드러나는 흠이 조이는 윤리적 두려움을 이겨내긴 어렵다. 과거의 흠이 현재의 허물로 받아들여 지는 순간 유권자와 정당은 정화 의식에 참여하게 되고 관련 후보자는 유권자의 기억 속에서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흠을 떨쳐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있다. 흠을 떨쳐내어 응보의 고리를 끊고 악을 정화하는 하나의 길은 ‘고백’에 있다고 본다. 고백은 남의 탓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흠, 허물, 죄를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충고, 비판, 고발이 일상적으로 남의 잘못을 두고 행해지는 것과 달리 고백은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드러낸다는 데 특징이 있다. 흠이 가져오는 응보는 학폭 미투에서 알 수 있듯이 항상 잠재되어 있다. 대선 후보자로서 올 마지막까지 남아 대선에서 선택 받고자 한다면 마땅히 자신의 흠부터 찾아야 한다. 유권자에 대한 사랑을 외치는 것과 다른 후보의 흠을 찾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감추려다 뒤늦게 들추어지는 흠은 유권자들의 정의감에 의해 응보로 정화될 수 있다. 남의 흠 찾기를 잠시 멈추고, 자신의 허물을 고백함으로써 윤리적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 최선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대군(경상국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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