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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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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은행나무 수난시대 - 김현근 (전 남해군 창선면장)

  • 기사입력 : 2021-06-25 08: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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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나무는 병충해가 거의 없고 환경오염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이 터진 후 1년이 지났을 때 가장 먼저 자란 것이 은행나무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방사능에 강한 나무, 환경오염에 강한 나무라고 알려져서 서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조경수나 가로수로 많이 심었다. 이것이 은행나무를 도로에서 많이 볼 수 있게 된 이유다.

    은행나무 가로수는 식재 초기에는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았다. 오감을 자극해서 인간의 감정을 풍성하게 하는 나무라서였다. 봄날 송아지 뿔처럼 뾰족하게 솟아나는 연초록 잎, 하늘을 다 가릴 것 같은 여름 그늘, 노란 잎새의 가을, 겨울철 까치집이 걸려 있는 나목의 가지 등등. 은행나무를 좋아하는 이유는 널려 있다.

    2019년도 산림청 통계를 보면 전국의 가로수는 총 774만2000여 그루이고 은행나무는 102만7000여 그루로 1위였다. 다음이 왕벚나무 85만9000그루, 벚나무 66만6000그루, 이팝나무 55만1000그루 순이다. 필자가 사는 남해군은 2021년 현재 총 6만2083그루의 가로수가 있는데 동백나무(5880), (왕)벚나무(6435), 배롱나무(1908), 후박나무(1548), 이팝나무(1314), 광나무(1046), 은행나무(1019), 단풍나무(962), 기타 수종(4만1971)이 식재되어 있다.

    최근 은행나무 가로수는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의 폐해가 더 커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전국적으로 벚나무와 이팝나무가 은행나무의 대체수종으로 각광 받고 있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약 1억5000만 년 전부터 존재해왔던 존중 받을 만한 가치 있는 나무다. 20m높이까지 자라며 수관폭도 넓어 그늘이 많다는 장점이 단점이 되었다. 전신주, 가로등, 간판을 가리고 열매는 악취를 풍기고 그림자는 작물 결실을 방해한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죄 없는 은행나무는 수난의 연속이다. 목 위는 절단당해 몸통만 남는 경우가 많다. 보기에 흉물스럽다. 맹아력이 강하다는 이유로 목만 남기고 절단당하다 보니 넓은 그늘도 노란 잎새도 자랑하지 못하는 나무가 되었다. 나무의 특성을 고려해 전정을 할 때 원형이나 원추형으로 잘라주면 어떨까. 그것이 은행나무 가로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이 든다.

    김현근 (전 남해군 창선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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