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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자원으로 재탄생한 굴 껍데기 - 김성호 (통영거제고성 본부장)

  • 기사입력 : 2021-06-24 21: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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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굴은 남해안의 대표적인 효자 품목이다. 지난해 굴수협에서 거래된 생굴 위판액만 1055억9400만원에 달한다. 단일 품목으로 위판액 1000억원을 넘기는 수협은 우리나라에서도 손에 꼽힌다. 그러나 굴을 까고 남은 껍데기는 골칫덩이다. 굴 까기 작업장(박신장)이 몰려 있는 통영시 용남면과 광도면 도로변을 지나다 보면 산처럼 쌓여있는 굴 껍데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썩는 냄새 때문에 코를 막고 지나가야 한다. 현행법상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함부로 처리할 수도 없다.

    통영시 통계에 따르면 통영에서만 해마다 15만t 가량의 굴 껍데기가 발생한다. 이 가운데 10만t은 토양개량용 칼슘비료의 원료로 쓰이고 1만5000t이 채묘용으로 활용된다. 나머지 3만~3만5000t은 간이야적장이나 비료생산업체 마당, 인근 도로변에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통영시는 내년 말 준공을 목표로 굴껍데기 자원화 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다. 굴 껍데기의 주성분이 천연 석회석과 동일한 탄산칼슘(CaCO3)으로 구성돼 있다는 데 착안한 사업이다. 굴 껍데기를 900도 이상의 온도에서 가열해 불순물을 제거하면 생석회를 생산할 수 있다. 통영에서 발생하는 15만t의 굴 껍데기 가운데 10만t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통영시는 보고 있다.

    그러나 굴 껍데기 생석회는 높은 가격이 문제다. 굴 껍데기로 생석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900도 이상의 온도로 가열해야 하는데 연료비가 전체 지출경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일반 석회석보다 가격이 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통영시와 한국남동발전㈜, 굴 수협이 의미 있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굴 껍데기로 만든 생석회를 삼천포화력발전소의 배연탈황흡수제로 사용하겠다는 협약이다.

    통영시는 자원화 시설을 건설해 생석회를 생산하고, 굴 수협은 이물질을 제거한 굴 껍데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한국남동발전㈜은 통영시가 생산한 생석회를 삼천포화력발전소의 탈황흡수제로 적극 사용하기로 약속했다. 세부사항은 별도의 실무 협의회를 구성해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통영시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굴 껍데기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부터 통영 어촌에서는 굴 껍데기를 효율 좋은 비료로 사용해 왔다. 농민들은 박신장에 잘게 간 굴 껍데기를 밭에 부어 달라 부탁하곤 했다. 하지만 굴 껍데기가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되면서 이 같은 행위는 불법이 됐다. 통영시와 남동발전, 굴수협의 이번 협약이 잘 진행되면 굴 껍데기는 더 이상 골칫덩이가 아니다.

    굴 알맹이는 지역경제의 버팀목으로, 껍데기는 생석회의 원료로…. 굴은 이제 훌륭한 상품이자 자원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김성호 (통영거제고성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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