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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간서치(看書痴)- 이상권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1-06-24 08: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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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장각 검서관으로 활약한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는 스스로 ‘간서치(看書痴·책만 보는 바보)’라고 부를 만큼 책을 좋아했다. 서자 신분이었지만 독서를 통한 박학다식과 뛰어난 문장으로 정조에게 발탁됐다. 친구 박지원은 이덕무가 죽은 뒤 쓴 행장에서 “책을 볼 때면 그 책을 다 읽은 다음에 꼭 베끼곤 했다. 평생 읽은 책이 거의 2만권이 넘었고, 손수 베낀 문자가 또한 수백권이 되었다”고 했다.

    ▼독서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가장 유용한 방편이다.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통찰하는 매개다. 지적 세계를 구축하고 내면을 완성하는 과정도 책을 통해 가능하다. 축적된 지식과 어휘는 삶의 여적이 되고 자신을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이다. 책은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원천이다. 삶을 윤택하게 하는 새로운 기술과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발상의 전환도 여기서 찾는다.

    ▼최근 국내 3위의 초대형 오프라인 서점이 문을 닫았다.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로 국민의 저조한 독서량을 꼽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1인당 연간 종이책 독서량은 6.1권이다. 2017년에 비해 2.2권 감소했다. 몇 해 전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성인의 월간 독서량은 0.8권으로 세계 최하위권이다.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과는 차이가 있다.

    ▼종이와 인쇄술은 인간다움을 만드는 최고의 발명품이다. 하지만 요즘은 종이의 질감과 활자의 매력을 통한 사색보다는 온라인 검색의 시대다. 대한민국 스마트폰 보급률은 95% 이상으로 세계 1위다. 젖먹이부터 노인까지 스마트폰 삼매경이다. 종이책은 점점 손에서 멀어지고 있다. “날마다 부끄러움은 있게 마련인지라 독서가 아니고서는 또한 사람이 될 수 없겠기에 공부를 하는 것뿐이네.”(이덕무 ‘이목구심서’) 책을 읽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만 허용한 값진 선물이다.

    이상권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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