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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이준석 나비효과’ 경남정치판 흔들까-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1-06-22 20: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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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정사상 처음 국회의원 경험 없는 36세 제1야당 대표 탄생에 정치권이 떠들썩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 문법을 통째로 바꿨다. 정당 선거운동에서 필수 항목으로 꼽는 캠프 사무실, 차량, 문자 메시지 없는 3무(無) 선거운동으로도 승리했다. “빚지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게 당선 일성이다. 고질적 관행에 대한 선전포고다. 이준석의 등장은 줄서기, 기득권 중심의 구태 정치에 대한 경고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20~30대가 중심부로 진입했다. 이는 정치의 중심축 이동이다. 세대교체 신호탄이다.

    ‘이준석 돌풍’은 지역 정치판에도 ‘변화’라는 화두를 던졌다. 1년도 남지 않은 내년 6월 지방선거 판세를 뒤흔들 조짐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한 달간 온·오프라인으로 2만3000명 정도 입당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2030 세대라는 전언이다. 경남에서도 6월 초 보름 만에 1000명이 넘는 입당 발길이 이어졌다. 이 중 30%는 20~30대로 집계했다.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새로운 정치’다. 이준석 ‘나비효과’는 진영을 초월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 이준석발 ‘공천 자격시험’ 제안은 파격이다. 공직선거 후보자에게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유사한 자격을 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방의원이나 국회의원을 하려면 ‘기본 자격’은 갖춰야 한다는 논리다. 자료 해석, 표현, 컴퓨터 활용, 독해능력 등을 제시했다. 예산결산 흐름도 파악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된 조례 발의나 정책질의조차 하지 않고도 임기를 채우는 일부 선출직의 현실을 겨냥한 것으로 본다.

    세대교체는 오랜 시대적 과제다. 하지만 선거 때면 관행적으로 등장했다가 사그라지는 구두선(口頭禪)에 그쳤다. 물론 젊다는 게 참신성으로 직결하는 건 아니다. 경륜이 쌓은 노련함을 무시할 수 없는 게 정치다.

    다만 갈수록 정치신인의 진입 장벽은 높고도 견고한 게 문제다. 한국 정치 토양은 척박하다. 전통적으로 서열 의식이 강한 데다, 신인에게 불리한 선거제도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신인은 각종 규제로 손발을 묶는 대신 현역은 임기 내내 ‘합법적 사전 선거운동’에 매달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은 기득권 세력 간 암묵적 담합의 산물이다. 한번 움켜쥔 권력은 절대 놓지 않으려는 속성에서 비롯했다. 현역 프리미엄이 가히 절대적인 점도 이를 부추긴다.

    오히려 예전엔 ‘젊은 피’가 주목받았다. 1985년 12대 총선 때 마산시 지역구에선 32살의 강삼재를 선택했다. 자금력이나 인지도에서 밀렸던 정치신인이 자신의 기호가 찍힌 휴대용 성냥 15만개를 돌려 당선된 일화는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당시 경남에선 울산을 포함해 모두 20명의 국회의원을 뽑았는데 30~40대 12명, 50대 7명, 60대는 1명이었다.

    반세기 전엔 ‘40대 기수론’도 있었다. 1971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인 신민당에서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제기한 화두다. 1969년 42세의 YS는 야당이 정권교체를 이루려면 젊은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후보 지명전에 뛰어들었다. 원로들은 ‘구상유취(口尙乳臭. 입에서 젖비린내가 난다)’라며 깎아내렸다. 하지만 40대 기수론은 구정치 질서를 깨고 김영삼·김대중·김종필 ‘3김 시대’를 열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長江後浪推前浪)건 거스를 수 없다. 자연은 순환의 질서를 따르기에 장구(長久)하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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