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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6·10민주항쟁과 6·25사변- 정성기(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1-06-20 20: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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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를 보면 세상 사정과 민심을 어찌 그리 모르나 싶을 때가 많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나라를 이끌어가니 당연하다. ‘장님이 장님을 인도하면 다 같이 구덩이에 빠진다’는 성경의 가르침이 생각난다.

    어리석은 ‘선택적 기억’과 고약한 ‘확증 편향’은 필자에게도 있다. 대학 시절 이후 평생 3·15의거,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 항쟁을 기억하며 살아왔지만, ‘6·25’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시절 반공 웅변대회의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3·15의거 기념 행사에서는 군복을 입은 역전의 용사들을 보면(특히 박근혜정부 시절에는)심히 불편했다.

    보도된 대로 올해 6·10민주항쟁 기념 행사는 창원대학에서 열렸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가 새겨진 기념 조형물도 세웠다. 그런데 김경수 도지사, 박종훈 교육감, 허성무 시장과 관련 시민 단체 사람들이 참석한 자리에는 보수 쪽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치인으로는 보수, 진보 여러 정당들 중에서 민주당의 김정호 국회의원만 축사를 했다. 보수 쪽 정치인·단체들은 그동안 6월 항쟁 기념 행사의 정치적 사유화라 할 만한 이런 양상을 거의 외면하고 방치해왔다.

    그 결과, 어디에도 전체 ‘대한민국 국민’은 없고, 민주화 운동 정신은 죽어가고 있다. 민주화 투쟁을 기념하며 독재의 기억은 끝없이 ‘친일 독재’ 운운하며 소환해 왔지만, ‘한반도 평화’를 기원한다면서 한국전쟁의 기억은 없거나 턱없이 편향되었다.

    6·25사변은 우리 가족사의 일부이기도 하다. 1960년대 가난한 시절, 농촌의 또래 집들 중에서도 우리 집은 더 가난했으나 자랑하는 물건이 하나 있었으니 메주 크기의 튼튼한 쇠 공구함이었다. 그것은 20대 초 압록강 부근까지 올라갔던 6·25 참전 용사, 선친이 살아남아 제대하면서 가져 온 미군부대 탄창 박스였다. 나의 선친은 내가 3·15의거 행사에서 본 역전의 용사들과 이 산하를 누빈 6·25 전우였던 것이다.

    6·25사변의 기억은 6·10, 6·15와 함께 한 대학에도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6월 항쟁의 김주열’같이 여겨지는 박종철의 부친 박정기 씨는 해인대학 출신이다. 1960년 3·15의거 때 학생들이 거리에 나선 해인대학의 전신은 이승만, 김구, 신익희 등이 참여하여 해방 후 개교한 서울의 국민대학이다. 6·25 때 피난 내려왔다가 휴전 후 서울로 올라가지 않은 이들이 지킨 대학이 경남대이다. 이 대학에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북한연구소가 있고, 6·15 첫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정부의 통일부 장관이 경남대 박재규 총장이었다.

    ‘한국전쟁’의 기억은 글로벌 코로나 사태 속에서 감동적으로 소환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가 미국 인디언을 포함하여 전세계 6·25 참전국 용사들에게 마스크 등으로 감사를 표하자 그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올해 3·15의거 기념식에 참석하여 ‘경남이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의 최후 보루로서 남하하는 적들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냈다’면서, 한국, 경남의 산업화, 민주화 역사를 상기시켰다.

    이제 민주화의 국가 기념일은 너무 많다 싶을 정도가 되었고, 민주화 기념물은 도처에 있고 또 만들고 있다. 그런데 풍전등화같은 대한민국의 임시 수도 부산을 지킨 최후의 낙동강 방어선, ‘마산방어전투’를 함께 알고 기억할 시설은 아무 데도 없다. 한국전쟁기념관은 서울과 경북에만 있어도 충분한가? 경남의 보수 진영은 전쟁기념관 짓자 말만 하고, 70여년이 지나도록 여태 뭘 했는가 ? 김경수 도지사와 허성무 시장도 ‘산업화와 민주화를 창원, 경남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고 하고, 방위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니 결코 무심할 수가 없을 것이다. 생존한 참전 군인들이 ‘60여일간 아군과 적군 5000여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마산방어전투’(배대균, 2010)를 증언해 줄 세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가오는 6·25와 6·29, 올해는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기념할 것인가 ?

    정성기(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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