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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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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맨드라미 - 신정민

  • 기사입력 : 2021-06-17 08: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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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탉을 지키려다

    개에게 물려죽은 수탉

    살집 좋은 암컷을 네 마리나 거느리고 있다

    감추지 못한 화관

    숨어있어 더 잘 보인다

    자리 옮겨 그곳,

    그것, 이 가진 시간만큼 머물다 돌아오라

    시들지도 않고

    다시 피지도 않는 한해살이풀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다른 생으로 가기 전의 생끼리

    말이나 트자고 수작 걸어 본다.


    ☞맨드라미는 수탉의 화관 같다. 우리는 어릴 때, ‘닭 벼슬 꽃’으로 맨드라미를 불렀다. 그런데 “암탉을 지키려다/ 개에게 물려죽은 수탉”이라니, 그렇게 슬픈 전설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꼭 빈농(貧農)의 우리들 부모님 같다.

     시골 고향 집에서는 맨드라미가 참 흔 하디 흔한 꽃이었다. 병아리들 쫑 쫑 쫑 거느리고 마당을 아장거리는 암탉처럼 아주 흔한 풍경이었다. “살집 좋은 암컷을 네 마리나 거느리고” 있는 수탉처럼 “숨어있어 더 잘 보”이던 맨드라미.

     암탉을 지키려다 죽은 수탉의 넋이 “다른 생으로 가기 전” 잠시 들른 이생에서 꽃으로 핀 맨드라미. 나도 곧 다른 생으로 갈지도 모르는 “시들지도 않고/ 다시 피지도 않는 한해살이풀” 이다. “다른 생으로 가기 전의 생끼리/ 말이나 트자고 수작 걸어 본다” -성선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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