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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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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드라마에서는 멋진데…- 황상윤(전 경남치과의사회장)

  • 기사입력 : 2021-06-15 20:3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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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디컬 드라마의 주인공은 거의가 외과 의사다. 종합병원, 의가형제, 해바라기, 닥터스, 흉부외과, 브레인, 낭만닥터, 김사부, 굿닥터, 골든타임 등 메디컬 드라마의 주인공은 외과 계열 의사다. 유명한 ‘태양의 후예’ 여자 주인공도 외과 의사다. 태양의 후예에서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건 여자 주인공이 환자를 옮기는 중에 환자 위에서 카트를 타고 처치를 하는 장면이다. 외과 의사가 목숨이 걸린 응급이 많지만 이런 일이 흔한 건 아니다. 보통은 계획된 수술이 대부분이고 응급 수술은 많지 않은 편이다.

    이렇게 멋지게 묘사되는 외과 의사, 특히 일반 외과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 외과 의사 중 가장 유명한 이국종 교수는 국민적 영웅인 대단한 분으로 실력과 열정을 겸비하신 분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열심히 하시다가 여론의 힘으로 정부와 지자체 지원도 많이 받아 외상센터를 훌륭히 운영하셨는데 병원장과의 갈등으로 그만두게 되었다. 이분의 언론 노출만으로도 병원 홍보에 큰 도움이 되는데 왜 그랬을까? 많은 병원들은 언론에 로비를 해서라도 노출을 하려고 노력한다. 병원장 입장에서는 홍보에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외과 쪽 수가가 너무 낮아 경영자 입장으로는 충분한 베드 수를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국종 교수는 열심히 하는 외상센터를 더 키워서 국민에게 봉사하고 싶은데 그걸 못하게 하니 그만둘 수밖에.

    병원이 경영? 의아한가? 직원들 급여도 있고, 건물 신축 보수도 해야 하고, 새로운 기계에 투자도 해야 하고, 연구도 해야 하고, 의과 대학 학비가 터무니없이 낮아 (국민 정서 상 교육부가 올리지 못하게 한다. 외국도 비싸지만 국가가 보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부속 병원에서 흑자가 되어야 학생 교육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병원장은 경영에 압박을 느낀다.

    국립대는 건물 건축이나 교수 급여에 국고가 부담을 많이 하는데 사립은 전혀 보조 없이 국립과 불공정 경쟁을 한다. 흔히 말하는 ‘빅5 병원’은 유지가 가능하지만 그 외의 대학병원들은 많이 어렵다.경영자 입장에서는 수가가 낮은 외과에 투자를 하지 않고 외과 지원자는 적고 외과에 있는 기존 인력은 일이 가중되고 더더욱 외과 지원은 없어지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대학병원은 교수라도 있지만 대학병원이 아닌 병원의 외과 의사는 일은 많고 수입은 적은 3D업종이 된 지 오래다. 퇴근 후에 당직이 아니라도 콜을 받을 수 있게 대기하고 있다. 대기하고 있는 의사는 대가가 전혀 없이 사생활을 희생하고 있다.

    대학병원은 교육병원이다. 수련의 교육이 대단히 중요하다. 수련의가 좋은 교육을 받아야 좋은 의사가 되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외과 교수들이 하나밖에 없는 수련의를 자기수술에 데리고 들어가려고 ‘밀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재미있게 표현했지만 이게 현실이다. 외과의 수련의는 정원에 비해 너무 부족해 급한 환자의 급한 처치만 하여도 정신없이 바빠서 좋은 교육을 받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지고 있다. 그 결과 수련 후 전문의가 되어도 제대로 된 수술을 못하니 다시 병원에 남아 적은 월급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다른 전공에 비해 수련 기간이 훨씬 길어지는 결과가 되고 그 후 보장도 안되니 누가 외과에 지원하겠는가? 같은 외과라도 성형외과는 수입이 대단히 높다. 수술 난이도가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고 생명을 다루지 않는 쪽이 비교할 수 없이 수입이 높으니 외과 의사의 자괴감은 클 수밖에 없다. 거기다 외과의 특성상 의료 소송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형사소송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면제해 주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점점 외과 의사가 힘든 쪽으로 입법화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외과 의사는 부자라는 등식이 되어 있는 건 ‘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간단한 자본주의 원리를 대입하기 때문이다. ‘문 캐어(care)’ 라는 이번 정부의 의료 정책에서도 외과 쪽 수가는 찬밥이고 의협도 전체 회원의 눈치를 봐야 되니 외과 쪽 수가 만이라도 현실화하자라고 주장을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외과 계열에 정부 의료계 정치권이 모여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가장 중요한 국민 건강에 재앙이 올 수 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이국종 교수를 언급했듯이 현재 우리나라 외과 수준은 거의 세계 수준이다. 이런 수준을 계속 유지해야 국민 건강이 유지된다.

    외과 의사들의 열정과 의무감 만으로 세계적 수준을 유지하는 건 한계가 있으니 시스템으로 갖추어 이 수준을 계속 유지했으면 한다.

    황상윤(전 경남치과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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