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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백신여권- 주재옥(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 기자)

  • 기사입력 : 2021-06-15 20: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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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재옥 경제부 기자

    아이슬란드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발급했다. 아이슬란드 보건부는 “이 증명서가 있으면, 다른 나라로 갈 때 코로나 검역 조치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올 여름휴가 땐 백신여권이 관광업을 부흥시킬 황금티켓이 될 것”이라며 일상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대로 영국은 백신여권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를 계획하면서, 축구 경기나 콘서트 등 대규모 행사에 백신여권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 하지만 개인 의료정보를 요구하거나 제시하는 게 윤리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백신 접종률이 높아서 접종 여부를 증명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과거에도 여권에 대한 시선은 분분했다. 여권이 국제 이동을 위한 필수 문서로 사용되기 시작한 건 불과 100년 전인 1차 세계 대전 직후.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3세는 여행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억압적 발명품’이라고 했다. 미국 사회학자 존 토피는 ‘장악의 역사’라고 명명했다. 그가 쓴 〈여권의 발명〉을 보면 ‘여권은 국가가 합법적으로 이동수단을 독점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국가(여권) 없는 사람’, 난민으로 분류돼 소외된 존재로 살아간다고 했다.

    ▼내달부터 백신여권을 소지한 단체 여행객에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이 적용된다. 특정 국가를 방문할 때 자가 격리 없이 여행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백신여권이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 간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신 접종이 어려운 임산부와 알레르기 환자,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는 이들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백신 인센티브에 인간 존엄과 평등 원칙이 빠지진 않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을 권리는 모두에게 있다.

    주재옥(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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