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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인생은 후반전- 이홍식(시인·수필가)

  • 기사입력 : 2021-06-13 21: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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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에서 베이비 부머란 6·25 전쟁 이후 즉, 1955년에서 1963년에 출생한 세대를 의미한다. 이들 베이비 부머들은 경제발전의 주역이자 우리나라 인구의 15%를 차지할 만큼 그 비중도 매우 높다. 그들은 벌써 은퇴를 한 사람도 있고 은퇴 막바지에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경제 생활 및 자녀 세대 학업을 이유로 자신의 노후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밤낮없이 가족과 회사 만을 위해 쉴 틈 없이 달려왔던 이들이 맞이한 현실은 여유가 아닌 허무함만 가득하고 퇴직 후 삶에 대하여 불안해하면서도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막연히 상상만 하고 있다. 경제적인 여유와 상관없이 일을 하고 싶어하지만 준비가 없다 보니 그 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수입원이 줄어들다 보니 새로운 취미 활동을 위해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한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즐겨보면서 등산과 낚시를 중요한 활동으로 여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금 시대의 60세에게 던지는 변화들이 있다.

    첫째는 일과 소득의 변화가 생긴다. 그동안 몸담았던 주된 직장을 떠나게 되다 보니 전공을 떠나 비정규직 같은 자리라도 찾게 되고 어쩌다 찾은 일자리는 일의 내용이 바뀌고 소득도 상당 폭이 줄어든다. 그러다 보니 처진 어깨와 느려진 걸음걸이를 보며 스스로 위축되기도 한다.

    두 번째, 건강의 변화는 확연하다. 60세가 넘어가면 신체적인 변화가 뚜렷해지고 어쩌다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몸 관리가 잘 안 된 경우에는 급격한 노화를 동반하게 되며 사회적인 역할이 상실됨에 따라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세 번째, 시간에 의해서도 변화가 생긴다. 예전에는 일하며 8시간에서 10시간을 넘기던 일상이 은퇴 후에는 하루에 1시간에서 2시간 내외로 일의 양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그 빈자리를 처음에는 TV를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등 소극적인 일들로 이어가지만 넘쳐 나는 시간적 여유는 외로움으로 채우게 된다. 그러다 퇴직 후 1~2년이 지나면서부터는 몸이 아파지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서고 줄어든 소득을 메우기 위해 고민이 늘어가게 된다. 또 주어진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허둥대다가 나만 그런가? 나만 불안한가? 라는 착각에 빠지며 우울해하기도 한다.

    100세 시대를 살면서 은퇴의 기간으로만 30~40년을 살 수는 없다. 새로운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은퇴 후 설계 또는 은퇴 후 준비라는 말을 들으면 보통 몇 억을 모아야 월 얼마를 쓸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7억이니 10억이니 하고 분주히 계산한다. 물론 돈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준비가 단지 은퇴 자금을 모으는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고 가족과의 관계, 친구나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나 여가에 대한 계획 등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진정한 준비라고 생각된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는 75년 동안 724명의 삶을 추적해 인생 데이터 연구를 했는데 이 연구에서 얻은 확실한 메시지는 ‘우리를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부와 명예가 아니라 좋은 관계’라는 것이다. 즉 자신이 의지할 가족, 친구, 공동체와의 연결이 긴밀한 사람일수록 더 행복하고 신체적으로도 건강하며 사회적 연결이 부족한 사람보다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인생 후반전에서는 가족, 친구, 공동체와 함께 마음을 꽉 채울 수 있는 매력적인 무엇인가를 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준비하기를 권한다. 그것이 종교 활동이어도 좋고 취미 생활이나 봉사 활동이어도 좋다. 그들과 좋은 관계를 통해 수고하신 은퇴자들의 행복한 40년을 응원한다.

    이홍식(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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