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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2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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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직전’ 주유소의 눈물

알뜰에 치이고… 코로나 덮치고… 친환경에 밀리고…
가격경쟁력 저하에 경영난 가속

  • 기사입력 : 2021-06-10 21: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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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직히 다른 업종 하는 게 더 낫습니다. 30년간 주유소 운영을 해와서 어쩔 수 없이 그냥 하고 있는데… 커피 한 잔 파는 것만 못한 상황이니까요”. 창원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주유소업의 현주소를 이렇게 설명했다.

    도내 주유소 업계의 경영난이 가속화되고 있다. 주유소 업계의 경영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알뜰주유소와 코로나19, 친환경 차량 확대 등으로 수익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로 수송용 석유 수요 줄고
    친환경에너지에 입지 축소 ‘삼중고’
    도내 주유소 매년 20~30곳씩 폐업

    “적자지만 마음대로 문도 못 닫아
    폐업 지원·공정한 석유 공급을”

    10일 창원의 휴업 중인 주유소에 전광판이 꺼져 있다./김승권 기자/
    10일 창원의 휴업 중인 주유소에 전광판이 꺼져 있다./김승권 기자/

    ◇알뜰주유소·코로나19·친환경에너지 ‘삼중고’= 한국주유소협회 경남지회에 따르면 경남지역 주유소는 약 1200개 수준이다. 협회는 이 중 정상 운영되고 있는 곳은 1100여곳으로, 100여곳은 휴업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송영덕 주유소협회 경남지회 사무국장은 “매년 20~30곳씩 폐업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전국 주유소는 1만1331곳이다. 지난해만 184곳이 사라졌고 1월과 비교하면 한 달 새 40곳이 문을 닫았다.

    주유소의 경영난은 기존 포화상태에서의 과잉 경쟁에 알뜰주유소의 확대로 인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알뜰주유소(농협 주유소 포함) 개수는 2월 기준 1237개로 전체 주유소의 10%가 조금 넘는다. 2011년 도입 후 꾸준히 늘었다. 경남지역 기준으로는 100여곳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소협회는 지난달 24일 울산 한국석유공사 본사, 28일 국회 앞에서 잇따라 ‘주유소업계 생존권 보장과 불공정한 시장개입 중단 촉구 항의 집회’를 열었다. 협회가 주장하는 불공정한 시장개입은 ‘석유공사가 정유사에 석유를 대량으로 저렴하게 구입해 알뜰주유소에 공급한다’는 점이다. 정유사는 반대로 일반주유소에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석유를 공급해 일반주유소는 알뜰주유소와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송 사무국장은 “알뜰주유소는 서울보다 지역에 더 많기 때문에 지역의 주유소 상황이 더 열악하다”고 말했다.

    알뜰주유소가 주변에 있는 경우 기존 주유소는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A씨는 “창원 상남동에 한 알뜰주유소가 들어온 이후 중앙동에서 운영하던 주유소 매출이 70%가까이 폭락했다. 이 알뜰주유소의 판매 가격은 일반주유소 사입가격에도 못 미친다”며 “알뜰주유소 반경 1~2㎞ 내 주유소들은 고사 직전이라고 보면 된다. 알뜰주유소 가격은 당연히 못 맞추고 어느 정도 비슷하게라도 하면 매달 일이천만원을 적자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버티다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최근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전환 사업자 모집공고에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유소의 영업 이익은 1% 혹은 이에도 못 미친다고 말한다. 보통 ℓ당 100원 정도의 마진이면 영업이익이 나는 수준, 50원 정도면 영업이 유지되는 수준으로 보는데 현재 마진은 50원에도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실상 기름을 팔아서 이익을 거의 남길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지난해 터진 코로나19도 타격을 줬다. 이동 제한 탓에 화물차, 관광버스 등 운행이 급감하며 수송용 석유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한국석유공사의 페트로넷에 따르면 2019년 경남지역 수송용 휘발유 소비는 608만4000배럴에서 2020년 592만8000배럴로 감소했고 수송용 경유 소비는 1219만4000배럴에서 1183만2000배럴로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석유소비는 8억7808만 배럴로 전년 9억3195만 배럴 대비 5.78% 감소했다.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도 주유소 입지를 좁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탄소중립 기조에 맞춰 올해 초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 100(K-EV100)’을 추진하며 수소·전기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정부의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 전환으로 현재 운영 중인 주유소에서 8500여개가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며 2040년엔 2980개만이 존립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로서는 삼중고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주유소 업계 “불공정 개입 멈추고 지원책 마련해달라”= 주유소 업계는 정부가 폐업 지원에 나설 것과 알뜰주유소 정책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유소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마음대로 문을 닫기 어려운 것은 폐업에 막대한 금액이 들기 때문이다. 폐업 시 토양오염복원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통상 1억에서 1억5000만원 가까이 든다. 휴업 상태로 방치된 주유소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송 사무국장은 “정부에서 하루빨리 폐업 관련 지원을 해야 주유소 업계도 생존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폐업 지원금 지급으로 주유소 개수를 기존의 절반 이상 줄인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협회는 알뜰주유소 정책 개선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낸다는 방침이다. 주유소협회는 지난달 28일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석유공사를 통한 부당한 시장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 차라리 모든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해 공정하게 석유를 공급하라”고 주장하며 국회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경우 단체휴업 등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세정 기자 sj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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