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스토킹 처벌법’ 보완 필요하다- 김병희(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 부장)

  • 기사입력 : 2021-06-08 20:09:37
  •   

  • 지난 1일 김태현 살인사건의 첫 재판이 열렸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스토킹하던 여성과 가족 등 3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김태현의 계획적인 범행 정황이 드러나면서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줬다. 최근 스토킹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타인의 의사에 반해 다양한 방법으로 타인에게 공포와 불안을 반복적으로 주는 행위를 스토킹이라 한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10월 시행된다. 올해 3월 국회에서 제정된 ‘스토킹 처벌법’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를 크게 5가지로 명시했다. △접근,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는 행위 △주거지 등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전기통신을 이용해 글, 말, 영상 등을 도달케 하는 행위 △직접, 또는 제 3자를 통해 물건 등을 도달케 하거나 주거지 등에 물건을 놓는 행위 △주거지 등 부근에 놓인 물건을 훼손하는 행위 등이다.

    우리 속담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도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우리 사회가 스토킹을 일종의 로맨스로 보는 등 관대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태현 살인사건’으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더 커지고 있다. 국회는 관련 법안을 개정하고 조처에 나섰지만 ‘뒷북 대응’이며 이마저도 ‘반쪽짜리’ 부실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스토킹은 초기 단계에서 저지하지 않으면 이후 폭행, 납치, 살인 등의 중한 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는 1990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모든 주가 차례로 반(反)스토킹법을 제정했고, 1998년 제정된 연방 반스토킹법은 사이버 스토킹도 처벌대상에 포함시켰다. 일본의 경우에도 2000년 스토커 규제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스토킹 처벌법이 처음 발의됐으나 국회를 계속 통과하지 못하면서, 스토킹은 경범죄 처벌법인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돼 ‘1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료 또는 과료’에 그쳐 왔다. 그러다 올해 3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스토킹 처벌법)’이 발의, 22년 만에 국회를 통과해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됐다. 최근 30대 여성을 상대로 만남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피해자의 직장을 찾아가 염산을 뿌린 사건으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은 75살 P씨. 만나달라는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직장 동료인 여성의 집을 몰래 찾아가 수차례 흉기를 휘두른 28살 남성 A씨 사건 등도 스토킹 범죄로 이어졌다.

    하지만 스토킹 처벌법도 피해자에 대한 신변 안전조치 등이 부족해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죄를 묻지 않는 ‘반의사불벌죄’ 조항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피해자로서는 범죄 자체가 자신의 신상을 모두 알고 있을 수밖에 없는 스토킹 범죄이기 때문에 자칫 보복을 우려해 제대로 된 신고나 고발을 할 수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원 세모녀 사건’처럼 스토킹이 살인 사건까지 이어지는 비극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실효성 있는 보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스토킹이 이제는 결코 경범죄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말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김병희(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 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병희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