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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좀비기업- 김정민(경제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1-06-08 20: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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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좀비는 살아 있는 시체를 가리키는 말로, 중앙아메리카 섬나라인 아이티의 부두교에서 유래했다. 부두교는 서아프리카에서 아이티로 팔려온 흑인 노예들의 토착 신앙이 바탕이다. 부두교 주술사는 이미 죽은 사람을 다시 되살려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최면에 걸린 인간이 아닌,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된 건 1968년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 그려지면서부터다.

    ▼이 영화에서 좀비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인간을 물어 세를 불리는 시체로 처음 등장했다. 인간을 먹이로 삼는다는 설정과 좀비에게 물린 사람이 시름시름 앓다가 좀비가 되는 전개 구성은 공포 요소로 작용했다. 인간의 영혼을 갉아먹는다는 의미에서 좀비라는 용어에는 좀먹는다는 뜻도 함축돼 있다. 라틴어로 뼈를 먹어치운다는 의미의 오세닥스는 고래나 상어의 뼈를 갉아먹는 좀비벌레다.

    ▼좀비와 기업의 합성어인 좀비기업도 같은 맥락이다. 회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음에도 정부나 은행의 도움으로 연명하고 있어서다. 전문용어로 한계기업이다. 한계기업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이, 빌린 원금은 물론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처한 기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한 한계기업이 34.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이다.

    ▼한계기업의 문제는 한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를 불러 국가 경제 전반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고, 시장 가격경쟁 구조를 왜곡해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감소시켜 정상 기업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코로나로 생산·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재무건전성과 기술력, 성장여력 등을 보고 옥석을 가려야 한다.

    김정민(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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