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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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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잡초처럼- 강지현(편집부장)

  • 기사입력 : 2021-06-02 20: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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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그러운 6월이다. 눈길 닿는 곳마다 초록빛이 일렁인다. 보도블럭 사이, 건물 모서리, 아스팔트 틈에서도 푸른 생명이 자란다. 하지만 농촌에선 이 푸르름이 반갑지만은 않다. 이제부터가 전쟁이기 때문이다. 뽑아도 뽑아도 다시 돋는 잡초와의 전쟁. 잡초는 농사의 훼방꾼이자 골칫거리다. 사전적 의미조차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면서 농작물 성장에 방해를 주는 풀’이다. 잡초는 제거의 대상인 것이다.

    ▼잡초는 ‘쓸모없는 풀’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잡일 잡것 잡생각 잡소리 등 잡(雜)자에 담긴 부정적 의미도 한몫한다. 천대받는 잡초지만 때론 식용이나 약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흔하게 보는 쑥, 망초, 서양민들레, 바랭이는 약재로 활용된다. 개똥쑥은 말라리아 특효약으로, 병풀은 피부질환 치료제로 쓰인다. 쇠비름에 든 식물성 오메가-3 성분, 가시박의 생장 저해 물질, 콩제비꽃의 탈모 예방 물질도 주목받고 있다.

    ▼‘전략가, 잡초’를 쓴 일본 식물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잡초의 진면목을 알아봤다. 그에 따르면 잡초는 밟혀도 주눅 들지 않는다. 위험을 기회로 바꿔 씨앗을 퍼뜨린다. 환경을 탓하거나 푸념하지 않는다. 조건이 나쁘면 나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최선을 다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다. 땅속에서 묵묵히 견디며 때를 기다릴 줄도 안다. 잡초야말로 우리의 스승이다.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을 뿐 잡초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이 말은 우리에게도 위로가 된다. 세상이 나를 몰라줄 때, 내가 하찮게 느껴질 때 특히 그렇다.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는 없다. 단지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싹을 조금 늦게 틔우거나 너무 작아 눈에 띄지 않을 뿐,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우리는 이미 존재 자체로 값지다. 누가 뭐라 해도 어디서든 당당하게 살아가는 잡초. 잡초처럼 살아도 충분히 멋진 삶이다.

    강지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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