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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낙타와 사자- 이상권(광역자치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1-05-30 20: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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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체는 인간은 세 단계의 정신적 변화를 통해 불완전성을 극복한 초인(超人)이 되어 간다고 했다. 낙타, 사자, 어린아이다. 이상적 인간이 되고자 하는 창조의 과정에서 거치는 사고의 변신이다. 등짐을 지고 묵묵히 사막을 걷는 낙타는 복종과 순응의 삶을 의미한다. 사자는 제도와 관습에서 벗어나 자유 정신을 선언하는 단계다. 아이는 삶을 극복의 대상으로 느끼지 않고 현재에 몰입하고 자기 욕망에 충실한다.

    ▼대체적인 현실은 낙타의 삶이다. 어릴 적부터 체제의 절대성과 제도에 순종하도록 강요받는다. 자신의 선택이 아닌 세상이 정한 기준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게 순리로 인식한다. 세월의 무게를 떠받들며 의무와 희생으로 점철된 삶이다. 자본주의라는 무한경쟁 사회는 사자가 되도록 다그친다.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이를 곧 성공의 잣대로 인식한다. 하지만 가치와 목적을 외면하는 순간 탐욕과 부정으로 빠져든다.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의 뒤안길은 헛헛하다. 희생과 경쟁으로 일관한 삶의 중심엔 회한과 허무가 똬리를 틀었다. 밥벌이의 지난(至難)한 현실 앞에 자아실현은 사치스러운 담론에 불과하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열풍이지만, 피부에 와닿는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2019년 일·생활 균형 지수’를 보면 경남은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14위에 불과하다.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食以爲天)’고 했다. 절대적 가치로 귀결하는 밥벌이는 고단하고 긴 여정이다. ‘전기밥통 속에서 밥이 익어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나는 한평생 목이 메었다. 이 비애가 가족들을 한 울타리 안으로 불러 모으고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아 밥을 벌게 한다.’(김훈. 밥벌이의 지겨움) 낙타의 의무를 직시하고 사자의 자유를 존중하되, 아이처럼 현실을 즐기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니체의 경구(警句)는 명징하다. ‘아모르파티(Amor Fati·네 운명을 사랑하라)’

    이상권(광역자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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