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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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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USG-지방의 몸부림- 이수정(창원대 교수·대학원장)

  • 기사입력 : 2021-05-30 20: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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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형 공유대학 USG(University System of Gyeongnam)가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응? 뭐지? 낯설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솔깃해진다. 혁신적이다. 참신하다.

    이는 도내 17개 대학이 연합하여 공통 교양 과정과 전공 심화 과정을 운영하는 지역 혁신 플랫폼의 일환이다. 일정 기준을 충족한 도내 대학생이면 누구나 자유로이 이 과정에 지원하여 USG 인증이나 학위를 받는다. 대학끼리 모여 만든 제3의 특별 대학인 셈이다. 국내외 주요 선도 기업과 공공 기관 등의 취업과도 연계된다. 그 당근이 제법 굵다. 지자체가 주도하는 터라 경남도가 그 뒷배가 되어준다. 학생의 품질은 참여하는 모든 대학이 공동으로 보증한다.

    이 대학은 우선 경남의 미래 먹거리 산업인 스마트 제조 엔지니어링, 스마트 제조 ICT, 스마트 공동체 등 3대 핵심 분야에 특화된 인재를 집중 육성한다. (그 범위가 제한적인 것은 좀 아쉽다) 스마트 제조 엔지니어링은 창원대가 중심으로 기계 설계 해석, E-mobility, 지능 로봇 분야의 융·복합 전공을 개설(100명)하고, 스마트 제조 ICT는 경남대가 중심으로 이 분야의 융·복합 전공(100명)을 개설하며, 스마트 공동체는 경상국립대가 중심으로 이 분야의 스마트 도시건설 및 공동체 혁신 분야(100명) 전공을 개설한다. 여타 대학이 각각 여기에 참여하는 구조다. 그야말로 모든 학문적 역량의 공유다. 대학들 사이의 벽을 왕창 허문 것이다.

    이 시스템은 외형상 국책 사업의 일환으로 선정된 것이지만, 그 배경에는 지방의 그리고 지방 대학의 위기라는 시대적 문제가 가로놓여 있다. 국가의 모든 역량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가뜩이나 저출산으로 인구 감소가 가파른 지금, 그나마 있는 인구까지도 수도권이 블랙홀처럼 빨아간다. 젊은 지역 인재는 말할 것도 없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각 지방에는 그 지방을 대표하는 명문 고등학교와 국·사립 하나씩의 명문대학들이 존재했고 그 수준은 서울의 소위 ‘스카이’를 비롯한 명문 대학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고등학교도 그랬다. 바람직한 구조다. 그러던 것이 이젠 거의 모든 학교들이 소위 ‘인서울’의 발 아래다. 과거의 소위 명문들도 입학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한다. 학생들의 수학 능력도 크게 떨어진다. 이러한 하향세는 앞으로 더욱더 심해질 것이다. 이대로 가면 지방 대학의 고사는 필연이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USG도 아마 그 몸부림의 하나 일 것이다. 지자체장, 총장, 사장들을 비롯해 무수한 관계자들이 그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다. 성격은 다르지만, 이 낯선 알파벳의 조합이 ‘KAIST, POSTEC, UNIST’처럼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를 기대할 것이다. 경남의 모든 교수들도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이런 연합 대학이 그저 하나의 ‘사업’으로 끝날 수 없는 것은 지방과 지방 대학의 위기를 감당하기에는 이것의 역할과 범위가 너무나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기의 쓰나미가 너무나 강하기 때문이다.

    지방의 붕괴는 종국적으로 국가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그 문제를 제대로 인식한다면 지방의 생존은 이제 국가적 과제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것은 이제 한갓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국가 생존의 문제다. 발등의 불이다. 선진국 중 지방 분권이 가장 잘 되어 있다고 알려진 독일을 연구하는 것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종국에는 USG를 넘어선 지역 대학의 대통합도 방법일 것이다. 학생도 없는 이 황량한 벌판에서 낡은 간판을 고집해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스산한 바람은 그 어떤 간판도 피해 가지 않는다.

    USG가 문제해결의 방향을 지향한다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일단은 이것이 성공하기를 기대하며 응원의 깃발을 흔들어본다. USG의 G는 경남이다. 전국 최초다.

    이수정(창원대 교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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