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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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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꼰대 가라사대- 안상근(가야대학교 부총장)

  • 기사입력 : 2021-05-25 20: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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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교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 요청을 받았다. 주제는 대학생의 리더십에 관한 것이었다. 이런저런 자료를 뒤지고 생각을 정리하여 강의 자료를 대충 마무리 했다. 리더의 조건, 리더가 갖추어야 할 역량, 바람직한 리더의 자세 등을 담았다. 준비된 강의안을 다시 점검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2000년대생인 대학생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리더는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말들이 ‘꼰대 가라사대’로 들리지는 아닐까?

    마침 인터넷 공간에 떠도는 ‘꼰대’ 자가 진단법을 찾았다. 그래도 아직 꼰대는 아니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진단지에 체크를 해봤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당신은 점점 꼰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자칫하다가는 답이 없는 꼰대가 될 수 있어요. 젊은 감각을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증상이 심해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스스로를 돌아보세요.” 답이 없는 꼰대 진행형이라는 말이 충격적이었다. 자칫 특강 한답시고 젊은 세대에게 기성세대의 생각과 행동 방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꼰대질을 할 뻔했다.

    꼰대라는 말은 해외에까지 수출된 우리말이다. 2019년 영국의 BBC방송은 꼰대(KKONDAE)를 오늘의 단어로 소개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든 사람, 다른 사람은 늘 잘못됐다고 여김’이라는 설명까지 더했다. 앞서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도 꼰대에 대해 ‘젊은이들의 복종을 기대하고, 비판은 빠르고 실수는 인정하지 않으며,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보복하는 사람’ 으로 정의 내렸다. 꼰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 언론이 비슷한 것 같다. BBC방송의 소개에 대해 세계 누리꾼들의 공감도는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었지만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앞섰다. 무엇보다 꼰대를 나이 든 사람으로 정의한 부분은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꼰대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차이를 단순 비교하는 용어가 아니다. 나이만 놓고 꼰대 취급하는 젊은 꼰대야 말로 ‘찐꼰대’임을 확신한다.

    또한 꼰대는 보수와 진보를 놓고 어느 한 쪽을 비판적으로 규정하는 말도 아니다. 한 번도 상대가 옳다고 말해 본 적이 없는 사람, 내 눈의 대들보보다 남의 눈의 티끌을 더 크게 보는 사람들이 여야를 떠나 끈끈한 꼰대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 정치권이다. 젊은 세대들이 정치권을 꼰대 집합소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수 꼴통’만큼이나 진보 꼰대들의 꼰대짓도 이미 도를 넘었다. 젊은 진보 꼰대를 일컫는 ‘진보대학생아저씨’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으니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꼰대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내로남불’식 언행이다. 지난 4·7보궐선거 후 뉴욕타임즈가 여당 참패의 원인으로 내로남불을 지목한 것은 새삼스럽지도 놀라운 일도 아니다. 교수신문이 이미 2020년의 사자성어로 ‘나는 옳고 남은 그러다’는 뜻의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이중 잣대를 지적하는 내로남불의 한자어다. 내로남불이 2015년 국립국어원 신어 조사 보고서에 등재되었다고 하니 이 또한 특정 정권을 규정하는 용어는 아닌 듯하다.

    최근 여당 대표가 새로 선출되었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당 지도부 선출 과정에 있다. 모처럼 여야 모두 꼰대 정치, 꼰대 정당을 벗어나자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대 교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 보궐선거를 통해 2030세대들의 매서운 심판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러나 단순히 세대교체 만으로 꼰대의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다. 꼰대는 나이 순이 아니다. 꼰대의 판단 기준은 달라진 세대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식 그리고 세상과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에 달려있다. 무엇보다 사라진 공정과 정의를 되찾고 상식이 복원될 수 있도록 내로남불 언행부터 없애야 할 것이다.

    안상근(가야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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