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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 0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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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양산 법기수원지 나들이

발길 따라 걷다보니 힐링의 문 열리더라

  • 기사입력 : 2021-05-20 21: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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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시대의 진정한 힐링은 어떤 것일까? 사람의 발길, 사람의 숨결이 덜 묻은 곳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산골 마을, 법기. 양산시 동면 법기수원지는 도심 속 스트레스를 비교적 단시간에, 수월하게 날릴 수 있는 최적의 산책 숲길이다.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법기수원지.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이 공존하는 등 곳곳이 절경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이국적인 풍경의 히말라야시더, 편백, 벚나무 등 많은 나무가 서식하고 있어 마음을 평온하게 감싸준다.

    양산 법기수원지 방문객들이 울창한 히말라야시더 나무 사이로 산책을 하고 있다.
    양산 법기수원지 방문객들이 울창한 히말라야시더 나무 사이로 산책을 하고 있다.

    양산 법기수원지는 부산시 선두구동과 노포동, 남산동, 청룡동 일대 7000여 가구의 식수원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정수 없이 먹을 수 있는 청정 수질을 자랑한다. 일제강점기인 1927년 착공해 1932년 완공됐으며, 150만t의 물을 저장할 수 있고 하루 수천t 정도가 부산에 공급된다.

    법기수원지는 부산 최초의 근대식 수원지인 구덕수원지(1902년)와 성지곡수원지(1909년)에 이어 1932년에 완공됐다. 일제시대 우리나라에 살던 일본인의 식수로 이용된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연유로 79년 동안 ‘금단의 땅’이 되었다가 2011년 7월 15일 댐과 수림지 일부를 일반인에 개방했다. 법기수원지의 상징이 된 30m 높이의 히말라야시더와 편백, 측백, 둑에 심은 반송과 벚나무, 은행나무 등 오랜 세월만큼 다양한 수목이 비경을 만들어 수원지는 사계절 관광객과 등산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현재 개방된 곳은 수원지 전체 680만㎡ 중 댐과 편백·측백나무 단지가 조성된 수림지 등 2만여㎡다.


    울창한 숲·맑은 물 공존
    히말라야시더·편백 등
    빽빽하게 솟은 나무 사이로
    피톤치드 가득한 바람 ‘솔솔’
    댐에 올라서면 ‘반송 7그루’ 절경

    완공 79년 만인 지난 2011년
    댐·수림지 일부 일반인에 개방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취수탑·호수 품은 명소
    초여름 기운 한껏 머금어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편백

    빼곡히 솟은 편백나무.
    빼곡히 솟은 편백나무.

    법기수원지는 상수원 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인 곳이다. 그래서 수십 년 동안 인간의 출입이 제한됐다. 청정수와 청정목, 청정자연이 고스란히 간직될 수밖에 없었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곧바로 숲의 내음이 코끝을 찌른다. 빽빽하게 솟은 나무 사이로 햇살이 내리쬐는 숲. 피톤치드를 듬뿍 품은 숲 바람이 법기수원지의 인사를 전해왔다.

    댐 마루로 향하는 숲길의 양쪽으로 늘어선 ‘히말라야시더(개잎갈나무)’가 상쾌함을 선사했다. 원산지는 히말라야산맥. 길가에서 웅장함을 뽐내는 히말라야시더의 안쪽으로는 치유의 상징인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편백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족히 높이 30~40m는 넘는 초고층 숲이었다. 침엽수림인 측백나무와 편백을 비롯해 히말라야시더 등은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이국적인 느낌을 주고 있었다.

    ◇법기수원지의 상징 ‘반송 7형제’

    댐마루에 있는 7형제 반송
    댐마루에 있는 7형제 반송

    댐에 올라서면 130여 년(2015년 기준) 수령의 반송 7그루가 절경을 이루며 사람들을 반겨준다. 7그루를 ‘칠형제 반송’이라고 푯말에 적혀 있다. 하필 7개의 반송을 여기에 심었을까. 반송과 반송 사이를 오가면서 별의별 상상을 해 본다. 이 소나무가 반송이라 불리는 이유는 한 나무의 뿌리에 마치 쟁반처럼 자란다고 해 ‘소반 반(盤)’을 써 반송으로 부른다고 한다. 법기수원지는 사계절 어느 때 와도 볼거리가 충분하다. 특히 반송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기는 사람들이 많다.

    반송을 주 배경으로 삼아 왼쪽에 취수탑을 담을 수 있는 곳이 법기수원지 최고의 사진 포인트라고 한다. 법기수원지의 대표 안내판에도 이곳에서 그려진 풍경을 ‘한 편의 시’라고 소개하고 있다. 반송은 어른 20명이 목도해 옮겨 심었다고 한다. 댐이 일제강점기에 지어졌으니 결국 반송의 목도도 일본인이 아닌 우리 선조의 몫이었을 것이다.

    반송 사이로 본 수원지 전경
    반송 사이로 본 수원지 전경

    ◇금단의 숲 - 비밀의 정원

    완공 때부터 일반인의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가 79년 만인 2011년 7월에야 빗장을 풀었다. 개방 후 처음 한 달 약 7000명이 법기수원지를 다녀갈 만큼 ‘금단의 숲’, ‘비밀의 정원’은 인기가 좋았다.

    지난 2004년에는 천연기념물 제327호인 원앙이 70여 마리 이상 발견되는 등 희귀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탁월한 자연생태계로서 수십년간 상수원 보호를 위해 일반인들의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돼 왔지만 현재 시민들에게 개방돼 수려한 자연과 산림욕까지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오른편 길은 벚나무길이다. 양쪽 어느 방향으로 가도 댐마루로 갈 수 있다. 원래 중간에도 124개 계단이 있지만(일명 하늘계단) 지금은 개방이 금지돼 있었다. 양쪽의 나무 계단을 힘들지 않게 지나면 길이 260m, 높이 21m 댐마루에 올라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취수탑과 호수가 펼쳐지고, 멀리 호수 주변의 숲은 이미 초여름의 기운을 한껏 머금고 있다.

    산책길과 둑길을 걸으며 수려한 자연을 감상하고,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법기수원지에는 1980년 한 여름날 벼락을 맞아 57년간의 생을 마감한 벼락 맞은 나무 ‘히말라야시더’도 자리하고 있었다.

    벼락 맞은‘히말라야시더’.
    벼락 맞은‘히말라야시더’.

    ◇물려줘야 할 문화유산

    법기수원지의 행정구역은 양산에 소속돼 있지만, 부산광역시상수도사업본부가 관리를 하고 부산시에 소유권이 있다. 이에 따라 양산시의회는 지난 2017년 12월 ‘법기수원지 소유권 이전 건의·촉구안’을 채택해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 등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한다. 양산시는 소유권 이관과 법기수원지 추가 개방과 관련해 부산시와 수차례 협의를 했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다. 이 수원지는 현재 그린벨트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늘어나는 방문객을 위한 진입도로와 주차장 등 기반시설 확충에도 애로를 겪고 있다.

    법기수원지 주변에는 띄엄띄엄 마을이 형성돼 있다. 마을엔 봄에는 싱싱한 미나리들이, 도로 옆엔 나물을 파는 사람들이, 안쪽에선 야생화 화원이 방문객을 반겨준다.

    법기수원지는 양산시민은 물론 인근 부산시민들이 자주 찾는 공간이다. 다만 수많은 사람의 왕래로 식수와 숲 훼손 우려도 있다. 94년간 근·현대의 격랑 속에서 우리와 함께 온갖 풍상을 견뎌내고 근대문화유산이 됐다. 이 문화유산을 아끼고 보살펴서 역사적 교훈의 본보기가 되는 유산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글·사진= 김병희 기자 kimb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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