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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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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보이는 것이 덜 무서워”- 장순향(창원문화재단 진해문화센터 본부장)

  • 기사입력 : 2021-05-12 20: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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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는 것이 덜 무서워.” 독립영화 ‘미나리’에서 손주에게 할머니가 한 말이다. 떳떳하지 못하고 나쁘고 위험한 것은 보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영화에서는 ‘미나리꽝’ 곁에 있는 나뭇가지를 타고 오르는 뱀에 관한 이야기다. 손주가 뱀이 무섭다고 돌멩이를 던지려고 하자 “하지 마! 그냥 둬! 보이는 것이 덜 무서워. 보이는 것보다 숨은 게 더 위험하고 무서운 거야.” 배우 윤여정씨가 말했다. 윤여정씨가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식에서 풍자성 돌직구 수상 소감을 한 것이 화제다. 단호하지만 따뜻한 소감 가운데 “우리 사회에 경쟁이 있을 수가 없다” “최고가 아닌 최중은 어떠냐?” 인터뷰도 매우 인상적이다. “먹고 살려고 연기했다”며 “대본이 성경이라고 생각하고 외웠다” 이 대목은 이혼모 가장으로서 자녀 둘과 친정 어머니를 부양하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었다는 것이다. 다른 수상자들 역시 인종차별, 정의와 불의, 인간에 대한 섣부른 판단 금지, 저항과 투쟁 등 세계적 이슈를 던진 멋진 시상식 장면이 모처럼 필자를 TV앞에 붙박이로 있게 했다. 불과 몇 해 전에 예술인 블랙 리스트 사태를 겪은 우리 사회는 BTS, 기생충, 미나리가 개인의 성취에 앞서 문화에 자유를 준 덕분임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덕분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아시아 여성으로는 63년 만에 수상해 한국 영화의 힘을 보여 주었고 코로나로 지쳐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모처럼의 기쁜 선물이었다.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경제적 충격은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필요로 하게하고 비대면 환경은 새로운 삶의 형태를 요구한다.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팬데믹과 기후변화는 동일한 차원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인간의 활동이 자연을 점령해 버려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기후 위기는 심각한 사태를 예고하고 있다.1997년 조류 독감,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2003년 사스, 2012년 메르스, 2019년 코로나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인간은 여러 번째 경고를 받고 있다. 기후 위기는 우리 모두의 생활 실천이 선행 되어야 극복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국가의 결단이 중요하다. 미국이 세계 정상들을 부르면서 NDC(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배 상향한 점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국과 영국, EU의 기후압박 외교는 이제 시작이다. 6월 G7+인도, 한국, 호주, 10월 G20 등 회의가 거듭될 때마다 탈 석탄 발전 시점, 탈 내연기관 시점, 화석 연료 보조금 폐지 등 이슈는 더 늘어날 것이다. 필자가 관내 기관에 태양광 주차장 설치를 주장하는 것도 연관성이 깊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유입 길목에 있는 우리나라는 가장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게 생겼는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사능 방류 결정에 미국이 지지 입장을 밝혔다.

    우리를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당장 어촌의 생계가 위기에 처했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사능 방류 결정을 지지하고 있는 미국이 우방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센토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방산업체로 ‘바텔’이 있다. 진해의 미군부대에 세균부대가 있다는 주장도 바텔의 채용 공고문에 진해가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텔이라는 방산업체는 그루지아 공화국에서 사고를 일으켜 73명의 사망자를 낸 전력이 있다. 이러한 방산업체가 진해에 세균전 부대 채용공고를 냈으니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이에 주민들이 나서 서명운동을 전개하는데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사람들의 마음도 보이기가 어렵다. 보이지 않는 그 마음속을 함부로 예단하거나 판단해 경거망동하면 조직과 나라는 위태롭다. 나쁘고 악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무섭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모든 악의 것들에 맞서 싸우는 선한 사람의 영향이 커지고 그 영향으로 이 세상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봄 미나리가 한창이다. 미나리 나물 무침, 생 미나리 초장 무침, 미나리 물김치, 쌈으로 먹고, 약으로도 먹으면서 깊어가는 봄의 속으로 걸어가자. 꽃잎이 떨어져 나간 그 자리에 와글와글 나오는 초록 잎이 싱그럽다.

    장순향(창원문화재단 진해문화센터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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