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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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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세금 먹는 하마의 존재 이유- 백현희(진해동부도서관 사서)

  • 기사입력 : 2021-05-09 20: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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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 중에 돈을 벌어들이는 기관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는데, 특히 도서관은 지속적으로 돈을 써야만 운영되는 기관이다. 그래서 도서관은 종종 ‘세금 먹는 하마’에 비유된다. 이렇게 공공의 돈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도서관은 그래서 매 순간 온갖 숫자를 동원해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도서관 이용자수, 1인당 장서수, 도서 대출 권수, 문화강좌 및 행사 이용자수, 인구·면적 대비 도서관 수 등등.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 시설임에도 왜 사람들은 도서관을 필요로 할까? 바로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과거 시민의 세금으로 자료를 구입해 모두가 무료로 이용하자는 취지가 공공도서관 운동의 시발점이었다. 각종 자료에서부터 편의시설까지 공공도서관에 존재하는 것 중에 ‘공공재’가 아닌 것이 없다. 개인이나 사설 단체가 방대한 자료와 컴퓨터, 무선인터넷, 자율학습실, 문화강좌와 행사를 끊임없이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도 밤늦은 시간까지. 코로나 이전에는 도서관이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있었다. 자율학습실 외에도 각 자료실들이 밤 10시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도서관 연장개관사업 덕분이다. 세금으로 인력을 운용할 수 있어 가능한 일이다. 밤늦은 시간 어린이자료실의 단골손님들은 정해져 있다. 돌봄이 필요한 어린아이들이다. 어두운 골목과 놀이터로 몰려다니던 아이들은 어느샌가 어린이자료실에 앉아 책을 보고 도서관 이곳저곳을 놀이터 마냥 돌아다닌다. 그럴 때, ‘아!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책을 살 형편이 안 되는 그 아이들은 도서관에 꽉 찬 책들을 자신의 책으로 여길 수 있고,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매우 당연한 이유로 책을 대출하고 도서관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공공성’ 그것은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도서관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어떤 숫자로도 증명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도서관은 그런 무형의 가치들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 부디 이 세금 먹는 하마가 피둥피둥 살이 쪄서 더 많은 사람들이 무형의 혜택을 누리고 영혼을 살찌울 수 있기를 바란다.

    백현희(진해동부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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