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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0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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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이, 멈춰버린 시간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도내 실종아동 가족들 안타까운 사연
1979년 함양서 딸 잃어버린 유흥수씨
“시간 많이 흘렀지만 살아 있을 것”

  • 기사입력 : 2021-05-03 21: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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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기온이 6.5℃로 다소 쌀쌀했던 1979년 5월 1일 함양군 버스정류장. 이날 이곳을 찾은 유광숙(당시 16세·여) 양은 여섯 살·네 살배기 두 여동생의 고사리손을 꼭 쥐고 거창군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전북 남원 출신의 광숙양에게 낯선 땅에서 어린 두 동생을 돌보기란 분명 힘에 부치는 일이었을 것이다. 봄의 끝자락이라는 5월임에도 평년보다 추웠던 날씨 탓에 몸은 움츠러들었을 것이고, 배고픔에 서러워 버스가 떠나가라 울기 시작한 7살 여동생 삼숙양도 광숙양의 혼을 빼놓았을 터다.

    한창 삼숙양을 달래는 광숙양에게 낯선 여성이 다가왔다. 이 여성은 자신이 키우겠다며 계속해서 배고픔에 울고 있는 삼숙양을 데려갔다. 삼숙양은 그렇게 사라졌다.


    첫째 딸 광숙양과 다른 여동생만 집으로 돌아왔을 때, 부친 유흥수(83·전북 남원)씨는 ‘삼숙이는 어디 있냐’며 광숙양을 추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모르는 여성이 데려갔다’라는 대답뿐, 당시 광숙양 홀로 두 여동생을 데리고 함양으로 갔던 탓에 유씨는 상황을 온전히 알 수 없었다.

    그때부터 유씨는 함양군 버스정류장을 중심으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딸을 찾기 시작했지만, 끝내 삼숙양을 찾지 못했다. 경찰에 실종아동 신고도 하고,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수소문을 해봐도 금쪽같은 딸아이의 행방은 묘연했다.

    삼숙씨가 사라진 지 42년째, 이제는 나이가 들어 직접 찾아 다닐 수는 없지만 유씨는 실종신고 등록을 차마 취소하지 못하고 있다.

    유씨는 지난 2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삼숙이를 기억해 보려고 해도 너무 오래전 일이라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큰딸 광숙이도 6년 전 교통사고로 죽고, 같이 있었던 다른 딸은 당시 나이가 너무 어렸던 탓에 기억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라면서 “한창 삼숙이를 찾아다닐 적에 DNA 조사라도 했더라면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DNA 조사를 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라고 전했다.

    유씨는 이어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삼숙이는 살아 있을 거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다른 가족들과 함께 잘살고 있을 거다”면서 “만날 수만 있다면 너무 반가울 것 같다. 뭐하러 언니를 따라 나가 이런 일이 생기게 됐냐며 핀잔도 주겠지만, 가능하다면 다시 만나서 잃어버린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고 전했다.


    2006년 양산서 실종된 동은·은영양
    경찰 수천명 투입하고도 못 찾아

    2006년 5월 13일 양산시 웅상읍 소주리의 한 아파트.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이었던 이날, 11살 박동은양과 13살 이은영양은 전날인 금요일 밤부터 함께 집에서 놀고 있었다. 평소 친자매처럼 가깝게 지내던 두 소녀였기에 부모는 걱정 없이 출근을 했고, 그 이후로 딸아이를 보지 못했다.

    동은양과 은영양은 휴대전화, 지갑 등 소지품을 모두 집에 두고 집을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당일 오후 2시께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쪽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가족들은 다음날 새벽이 되도록 아이들이 귀가하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고, 수천명의 경찰이 투입되고 70만 장의 전단이 배포됐지만, 사라진 동은·은영양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단발머리에 앞니가 살짝 돌출됐던 어여쁜 소녀 동은양은 어느덧 20대 중후반 숙녀가 됐을 현재도, 그녀의 방은 11살 소녀의 흔적을 그대로 품고 아직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85년 12월 5일 사천시 삼천포 시내버스에서 보호자와 헤어진 후 현재까지 돌아오지 않은 박시성(당시 14세)군, 1984년 7월 27일 밀양시 상동면 유천강변에서 실종된 정문철(당시 4세)군, 2008년 5월 24일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에서 부친이 마트에 들른 사이 차에서 내려 실종된 박승(당시 16세)군 역시 가족들에겐 사라질 당시 어렸던 모습 그대로 멈춰 있다.

    박준영·이한얼 기자

    ※유삼숙씨 실종 사건은 가족의 기억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기사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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