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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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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과 뇌 건강의 연관성] 뱃살 빼야 뇌가 산다

비만으로 인한 만성 염증, 치매 위험성 높여
당뇨·고혈압 등 대사질환 유무와 상관없어
뇌 손상 유발하는 알코올 섭취 자제

  • 기사입력 : 2021-05-02 21: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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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만을 건강과 연관해 생각할 때 어떤 것이 먼저 떠오르는가? 많은 경우에 비만과 관련된 대사 질환 및 심혈관 질환을 떠올릴 것 같다. 식상할 정도로 많이 알려진 부분이나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비만으로 인한 만성 염증이 지속되면 혈관과 장기의 기능이 서서히 망가지면서 각종 대사 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이외에 과도한 체중부하로 근골격계 질환도 흔히 동반되고, 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해서 움직임이 더 제한돼 비만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비만과 뇌건강의 연관성이다. 비만과 연관된 대사 질환의 합병증에 의한 뇌혈관 손상으로 혈관성 치매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아직까지는 요인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비만으로 인한 만성 염증의 노출이 뇌 건강 자체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정상체중인 경우와 비교 시 과체중이나 비만인 경우 대뇌 피질 두께의 변화, 치매의 위험성과 연관된 결과들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치매로 인해 뇌 기능의 손상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져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를 ‘치매 사망’으로 집계하고 있으며, 2000년도 이후 분석 결과에서는 약 10년 간의 기간 동안 ‘치매 사망’이 2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이는 꾸준한 증가 추세이다.

    50대 이상 영국인 65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장기 추적 관찰 연구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치매의 위험은 다른 조건이 동일할 경우 여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점은 성별의 차이가 아니다. 흔한 대사 질환인 당뇨, 고혈압의 유무가 배제된 결과라는 것에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비만으로 인한 치매라면 대사질환으로 인한 이차적 합병증인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이차성 치매를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만의 예방과 치료는 비만의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치매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비만 그 자체로 인한 치매의 위험 또한 줄일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관리를 해야 한다.

    치매를 위한 특별한 비만 관리는 따로 없다. 이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1. 마냥 적게 먹는다고 살이 빠지지는 않는다. 하루 전체 식사량을 줄이면 안정 시 에너지 소모량이 낮아진다. 낮은 에너지 소모에 익숙해진 몸에서는 같은 음식을 먹어도 에너지는 남게 되고, 이는 지방으로 축적이 된다. 따라서 비만인 경우 단순히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에너지 대사의 불균형을 조절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2. 적게 먹지 않는다면 많이 써야 하는데, 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골격근이다. 근육이 많을수록 기초 대사량(우리 몸의 유지를 위해서 쓰는 에너지)이 높아진다. 지방을 꺼내어 쓰는 능력이 높아져야 살이 빠진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하자.

    3. 비만 치료제는 없다는 것이다. 식이요법과 약물요법들은 중요한 보조 요법일 뿐이다.

    4. 체질량지수 {BMI = 체중(㎏)/키(m)2 ; 25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 와 함께 허리둘레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왜냐하면 근육은 지방에 비해서 약 3배 정도 무겁다. 따라서 근육량이 많은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BMI가 많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허리둘레를 함께 참조 해야 한다.

    실천을 위한 식이조절과 운동 그리고 알코올에 대해서 다음 사항들 만이라도 꼭 기억하길 권한다.

    기초 대사량의 증가와 건강을 위해서는 잘 먹어야 한다. 대신에 좋은 음식을 잘 먹어야 한다. 배고픔을 참아가면서 유지하는 것은 오래 지속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만감을 잘 느낄 수 있게 하면서 식이 조절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간식으로 준비해두면 도움이 된다.

    식사 20분 전 70 ㎉ 정도의 지방 (호두 6개나 아몬드 12개, 또는 땅콩 20개 등)을 미리 섭취하면 포만감이 유지되면서 식사량을 줄이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당의 흡수 속도를 낮추어서 혈당 수치와 인슐린 수치도 개선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

    그릇의 크기를 작게 바꾸어서 뇌에 착시효과를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대책 없이 그릇 크기만을 줄이면 지속하기 어려우므로, 건강한 음식이나 물로 미리 배를 조금 채워놓도록 하자.

    그리고 먹을 때에는 천천히 먹자. 식사 후 약 20분이 지나면 포만감이 서서히 밀려온다. 따라서 조금씩 천천히 먹다보면 포만감으로 인해 전체 식사량을 줄일 수 있는 효과로 이어지게 된다.

    근육량의 증진과 대사율의 향상을 위해서 지속적인 운동은 필수이다. 효과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 골격근의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만이라도 꼭 기억하자. 에너지 산화를 위한 최소한의 운동량은 약 30분 정도 걷기를 기준으로 하면 된다. 따라서 하루 30분 이상 조금 빨리 걷는 정도 이상의 운동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술에 관한 것이다. 알코올의 신경독성이 직접 뇌 손상을 유발하고 알코올성 치매의 위험을 높인다. 알코올의 섭취 제한은 우리가 조절을 할 수 있는 요소이자 치매 예방을 위한 가장 중요하고 손쉬운 방법이다.

    이는 체중 조절에도 매우 도움이 된다. 소주 한 병의 칼로리는 무려 470㎉ 정도 된다. 함께 섭취하는 기름진 음식 또한 우리의 복부 둘레를 증가 시킨다. (성인의 일일 평균 섭취 ㎉는 대략 2000㎉ 정도) 이로 인해 대사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고, 합병증으로 이차성 치매의 위험도 높아지므로 경각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기적 음주 습관이 있는 상태에서, 필름이 자주 끊어지고, 자주 깜박거릴 경우 치매의 위험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전문가와의 상담과 함께 생활 습관의 변화가 필요하다.

    몸은 아직 건강한데 자신과 타인에 대한 기억을 잃어가는 것은 환자 자신과 보호자 모두에게 큰 고통이다. 특히 최근 기억부터 소실되는 치매의 특성상, 인생의 마지막 기억에 대한 퍼즐 조각을 잃어버린 듯한 모습이 되기에 더 안타까움을 더하게 된다.

    고령화 사회에서 건강의 화두는 건강한 몸과 함께 건강한 인지 능력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치매에 대한 보조적인 약물 요법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속도를 늦추어주는 보조적인 수단이 될 뿐이다. 치매를 일으키는 수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일상적인 체중과 허리둘레를 관리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 시키고, 노년의 치매 발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면 관심을 가져볼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소위 말하는 ‘가성비’가 꽤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이런저런 일로 바쁘다, 조금 더 있다 시작하겠다며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내 몸에 대한 일에 경각심을 가져보자. 이 글을 읽었다면 오늘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한 작은 행동을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김병희 기자 kimbh@knnews.co.kr

    〈도움말= 희연요양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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