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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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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산에 대한 폭력 이제 끝내자- 윤봉현(전 마산시의회 의장)

  • 기사입력 : 2021-05-02 20: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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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력은 안 된다. 특히 청소년 시절의 학교폭력은 피해자에게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를 남기기에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가 없다. 최근 연예계와 야구 배구 등 스포츠 분야로 일고 있는 오래전 학창시절의 폭력 문제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잘못된 짓인 줄도 모르고 행한 미성년자 시절의 철없던 행동으로 성인이 된 지금, 해당 연예인이나 선수는 그 활동의 생명이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 잘못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마치 경쟁하듯 벌어지고 있는 ‘묻지마 식’의 폭로로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리는 우리 사회의 이러한 현상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오래전에 군대에 갔다 온 사람이라면 군대 폭력에 대한 나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당시에는 상급자에 의한 체벌과 폭력은 군기라는 이름의 규율과 근성 있는 조직체가 되기 위한 하나의 훈련과 교육으로 인식되고 그것이 하나의 조직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은 국민의 의식 변화와 함께 사회 각 분야의 조직 문화도 바꿔 놓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과거의 현실은 도외시한 체 오늘의 잣대로 과거를 재단하는 이상한 행태가 현재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과거의 잘못을 오늘과 비교하며 반면교사로 삼을 수는 있겠지만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철저히 무시되고 외면한 채 과거를 현재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단죄하는 지금의 행태는 과연 적절한 것일까. 이것은 혹시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은 아닐까.

    친일이란 프레임도 무서운 폭력의 블랙홀이다. 친일로 낙인찍히면 모든 것이 끝난다. 태어날 때부터 일본의 속국이었고 일본말과 일본 글을 배워야 했던 그 당시의 나라 환경은 전혀 고려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일신상의 영화나 출세를 위해 자발적 친일을 택한 자들이라면 비난을 받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과정은 무시되고 결과로만 말한다.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러한 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문화예술인들은 무자비한 협박과 고문 속에서 일본제국주의의 선전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었다. 일본제국주의를 미화하고 찬양하는 글을 쓰라는 일제의 겁박을 거부하고 가족의 안전과 생명을 포기한 체 저항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했을까. 이들을 모두 친일이란 이름으로 매도하는 현재의 기준은 어디에서 나왔으며 적절한 것일까.

    당대 최고의 민족시조시인이자 문학가인 우리 지역 출신 노산 이은상 선생은 명확한 사료의 뒷받침도 없이 목소리 큰 집단에 의해서 매도되고 자기 고향에서마저 버림받고 있는 현실은 또 다른 범주의 집단폭력 피해는 아닐까. 이제 제발 노산 이은상 선생에 대한 근거 없는 폄훼의 폭력을 끝내고 자랑스러운 우리 지역의 자산이자 문화예술인으로 추모할 수 있도록 하자.

    윤봉현(전 마산시의회 의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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