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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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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느림의 미학 - 김현수 (밀양경찰서 중앙지구대 팀장)

  • 기사입력 : 2021-04-29 21: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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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대화를 앞당기면서 살아온 우리들이 만들어낸 문화 중에 으뜸이 ‘빨리빨리’ 문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60년대를 거쳐 보릿고개라는 경제적 어려움을 넘기면서 삶의 수단으로 무엇이든 빨리하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식구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생활 관념으로 살아왔다. 그로 인해 부수적으로 국가 경제 발전의 급성장이라는 이익으로 이어졌다.

    힘들게 살아온 최근의 50∼60년이 빠른 성장과 함께 ‘빨리빨리’ 문화가 국가의 성장과 함께 우리들의 정서에 자리 잡고 살아오면서 많은 부작용과 희생도 함께한 것이 현실이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등 현대화의 희생물이 아직도 우리의 괴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지만 고도 성장과 함께 빨리 문화가 안전 문화로 탈바꿈하면서 조금씩 사라지고 이제는 ‘천천히 안전하게’ 문화로 전환되고 있음을 느낀다.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전라도에 있는 조그마한 섬 청산도를 여행하면서 그곳에서 느낀 나의 감성은 “아 이런 것도 있었구나”였다. ‘슬로시티’라는 문구를 보며 천천히 세상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끼며 여행하는 힐링 체험 이후에 ‘느리게 느리게’ 문화도 삶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어울리며 느림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을 느꼈다.

    요즘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라는 ‘안전속도 5030’이란 느림의 미학이 생겨나면서 빠르면 보지 못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천천히 하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느림 실천 운동을 만들고 있다. 몸에 익숙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한번 실천해보는 것도 또 다른 문화적 힐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일상을 조금 일찍 준비해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면 빠름 속에서 보고 느끼지 못한 것들이 느림 속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따뜻한 봄날 한가로이 오솔길을 걸으며 여유를 즐기고 생활 속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듯 우리의 일상도 이젠 느림이라는 여유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다.

    김현수 밀양경찰서 중앙지구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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