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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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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그림과 사진과 시- 이월춘 (시인·경남문인협회 부회장)

  • 기사입력 : 2021-04-29 08: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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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진해의 옛 육군대학 앞 청림화랑에서 열린 ‘박배덕 그림전’에서 나는 처음으로 접했던 붓의 활달함에 매료되고 말았다. 박배덕 선생은 첫 만남에서 느꼈던 그 장인 의식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처음 커피와 음악을 배웠던 흑백다방에서 점차 그림에 대한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뜨기였고, 그 후 어설프게나마 삼십 대 후반부터 조금씩 알게 되었다고 할까. 그런 의미에서 흑백다방은 가히 진해 문화의 등대라 할 만하다.

    흑백다방의 주인이자 진해의 대표적 화가였던 유택렬 선생의 작품 ‘부적 시리즈’ 등에 특히 애착이 갔다. 하지만 선생의 작품은 워낙 대작이 많아 나로서는 언감생심이었고, 선생께 자주 개인전을 열어 주실 것을 말씀드렸다. 가능하면 소품도 많이 전시하면 좋겠다고. 진해시민들이 선생님의 작품 한 점 정도는 소장하면서 감상할 수 있어야 ‘진해의 유택렬’ 아니겠느냐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선생님은 고집을 꺾지 않으셨다. 돌아가신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누가 그를 기억할까 싶어 참 안타깝다. 구민회관이나 구청, 경찰서 등에 선생의 작품 하나 걸린 곳이 없다.

    오래전 중국 여행을 함께 했던 부산의 안세홍 화백이 북경 호텔에서 그려준 아내의 연필 초상화는 지금 우리 부부의 침실에 걸려 있다. 선생의 전시회에도 초대받아 갔던 추억도 있지만 그림을 대하던 형형한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장백폭포 앞에서 부산 최고의 사진작가 최민식 선생이 찍어준 흑백사진 또한 커다란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행 기간 내내 작품에 몰두하시던 사진작가의 투철한 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 마산에는 사진작가 김관수 형이 계신다. 그 또한 나에게 장인정신을 몸소 보여준 분이다.

    예술은 창작의 결과에 혼신을 다 바치는 작업이다. 마흔 해 가까이 시를 써 온 나는 어떤 시인일까 싶어 조바심이 난 적도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위안이나 평온을 줄 수 있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든 화가와 사진작가들에게는 턱도 없겠지만 문학을 여기(餘技)로 여기지 않는 마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니까.

    이월춘 (시인·경남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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