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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자영농의 나라- 김유경 (광역자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21-04-28 08: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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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유 경 광역자치부 기자

    대한민국은 한때 자영농의 나라였다. 1946년~1950년 단행된 ‘농지개혁’ 덕이었다. 소작농이 자영농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나라. 이를 통해 해방 이후 상당수 농부들은 ‘누구나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자유와 평등’ 비슷한 것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죽산(竹山) 조봉암은 농지개혁법의 골자를 만든 초대 농림부 장관이다. 그가 고안한 법안은 ‘유상매입 유상불하’라는, 실질을 기반했다. 지주에게 평년작의 150%를 지가증권으로 지급하고, 농민은 30%씩 5년간 분할해 지가를 상환했다. 최근 일군의 학자들은 한국의 경제발전이 ‘박정희 장기집권의 성과’가 아닌, ‘조봉암의 농지개혁의 성과’로 보는 것이 본질에 가깝다고 꼬집는다. 농부들은 땅에서 난 소출로 자식들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했고, 이들이 양질의 산업인력으로 기능했다는 서사의 토대가 바로 농지개혁이라는 말이다.

    ▼LH사태 이후 경남에서도 공직자 부동산 투기 조사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경남도의회와 창원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나서서 전수조사를 제안했고, 정의당 경남도당은 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무소속 4자 대표단 회의와 결의안 채택을, 진보당 경남도당은 ‘경상남도 부동산 투기 방지 조례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70년이 흐른 지금, 자영농의 나라는 부동산 불패신화를 쓰는 토건국가가 되었다. 건설업 비중은 기형적으로 비대해졌고 정보를 선점한 자들은 투기를 일삼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해방 후 적극적으로 ‘농지개혁’을 주장한 정치세력은 남로당이었으나, 이승만 정권은 이를 받아들여야만 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남한인구의 70%가 농민, 그중 80%가 소작농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이 원하면, 개혁은 단행된다. 역사는 다시 한 번 위정자들에게 ‘자유와 평등’, 여기에 ‘공정과 기회균등’까지 증명하라 주문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허술하고 어리숙해보이지만, 탁월하고 공교로운 역사의 간지(奸智)다.

    김유경 광역자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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