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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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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진주문고’의 도전- 김현수(KBS창원 보도국장)

  • 기사입력 : 2021-04-19 20: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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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점은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입니다.” 서점을 이처럼 아름답게 정의할 수 있을까.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래서 그는 청소년들이 서점을 채울 때마다 가장 기쁘고 행복하다고 한다.

    지역서점이 사양 업종이 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이다. 각각 30년과 55년 역사를 가진 부산 동보서적과 문우당서점이 문을 닫은 지 10년이 넘었다. 인구 300만명이 넘는 부산도 사정이 이렇다. 그런데 인구 30여만 명인 진주에 뚝심의 서점이 있다. 진주문고다. 이 서점은 얼마 전 진주에 3호점을 열었다. 요즘 같은 코로나19 기세에 상식 이하의 전략이다. 매출이 30% 떨어졌지만, 직원 한 명 내보내지 않았다. 근무 시간을 줄여 아르바이트 채용을 늘렸다고 하니 30여년을 버틴 주인의 고집을 알 만하다.

    진주에서 시를 쓰고 학생을 가르치던 김이듬 시인, 국내외 유명 상까지 잇따라 받으면서 우리나라 문단에 꽤 알려져 있다. 이런 김이듬 시인 몇 년 전 갑자기 경기도 일산에 동네서점을 열었다. 연락이 닿아 물어보니 동네 서점에는 하루 평균 열댓 명이 방문한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10년 동안 기고하고 강의해서 번 돈을 다 날렸다고 한다. 그래도 김이듬 시인은 서점 문을 닫지 않았다. 임대료가 더 싼 자리로 옮겼다. 시인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비바람으로 위기에 처한 작은 어선처럼 지친 사람들에게 불빛을 비춰주는 작은 등대 같은 곳이 되고 싶다.”

    영화 ‘비포선셋’으로 더 유명한 프랑스 파리의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도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일시 문을 닫았다. 하지만 30개국 7000여명으로부터 온라인 주문이 쏟아지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작고 낡은 이 서점의 문화적 가치는 얼마일까. 1916년에 문을 열었다고 하니 백 년 서점이 우연히 탄생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서점은 단지 책을 파는 곳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20여년 절친한 벗이었던 인터넷 서점과 최근 이별을 했다. “쉬운 방법은 나중에 결국은 망하는 길로 가는 길이더라고요.” 진주문고 대표의 말은 비단 서점에 한정된 것은 아닐 것이다.

    김현수(KBS창원 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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