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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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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삼양다방과 흑백다방- 이월춘(시인·경남문인협회 부회장)

  • 기사입력 : 2021-04-14 20: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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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의 옛 도심인 경원동에 삼양다방이 있다. 필자도 오래전에 한 번 들러본 곳이다. 1952년 문을 열었으니, 1955년인 진해의 흑백다방보다 먼저다. 우리나라 다방 중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삼양다방도 흑백다방처럼 오랜 세월 동안 지역 문인과 예술인들의 사랑방이었다. 미술전, 시낭송회 등 각종 행사가 열렸고, 젊었거나 늙었거나 만남의 장소 또한 자연스럽게 정해지던 곳이었다.

    30여 년 전에 갔을 때, 역사나 분위기나 역할 같은 것은 흑백다방과 비슷하였지만, 흑백다방과 다른 점은 많은 예술인들의 작품이 다방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흑백다방은 클래식 다방이라는 점에서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에 나오는 옛날식 다방이었던 삼양다방과 달랐다. 주인이 서양화가였기에 주인의 작품이 주로 걸려 있었던 것이다.

    삼양다방은 건물주가 바뀌어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하기 때문에 문을 닫는다고 했다. 그때는 정말 안타까웠지만 그 후 지역민들의 도움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고 한다. 문화와 교육의 도시 전주답다. 지금도 커피값은 옛날처럼 이천원일까. 단골들은 천오백원일까.

    진해 흑백다방도 운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문을 닫은 지 몇 년이 흘렀다. 창원시의 근대문화 사업의 일환으로 2018년 리모델링해 2층은 유택렬미술관, 1층은 전시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흑백다방은 없다. 우리 진해의 유일한 문화 아이콘이었던 흑백다방, 나는 흑백다방이 문을 닫던 날 정말 슬펐다. 주인이자 운영자인 피아니스트 고 유경아를 탓했다.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서라도 흑백다방은 계속되어야 마땅한 일인데, 문을 닫아버린 것은 어떤 이유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은 유경아마저 세상을 떠났으니 진해의 흑백다방이 다시 문을 열 거라는 희망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왜 우리는 돈이라는 거대 논리 앞에서 무조건 좌절하고 마는지, 지방자치단체는 무얼 하고 있는지, 우리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이렇게 허무하게 묻어버려도 되는지 묻고 싶다. 진해의 흑백다방도 전주의 삼양다방처럼 부활했으면 좋겠다.

    이월춘(시인·경남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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