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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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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제사- 김병희(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 부장)

  • 기사입력 : 2021-04-13 20: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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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사에 관해 세계 민족 가운데 한국인만큼 관심이 많은 민족도 없다. 명절마다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돼도 고향에 가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함이다. 물론 이때 조상이라 함은 막연한 조상이 아니라 아버지, 혹은 남편의 조상만을 말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엄마 조상이나 처의 조상들에 대해서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이것은 가부장제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여성들은 제사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어릴 때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고 덕을 추모하는 게 제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사는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었다. 그렇게 제사가 단순한 것이었다면 구한말 조선 정부가 제사를 거부한 그리스도교인들을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을 거다. 제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정치체제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선시대는 ‘유교로 정치한 나라’다. 유교 정치의 근간은 가부장제다. 유교에서는 사회나 국가를 가정의 확대판으로 보았기 때문에 각 가정이 잘 다스려지면 국가는 자동적으로 잘 다스려진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효가 나라에서도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됐던 것이다. 제사란 국가나 집안을 보다 더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만들어낸 종교 의례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제사를 지내는 장남으로 하여금 유산을 더 많이 상속할 수 있게끔 법을 바꾸고 그래서 대략 아버지가 가진 전 재산의 2/3 정도는 장남에게 주고 그 나머지를 다른 아들들이 나누게 됐다고 한다. 딸에게는 주지 않는 이런 상속법은 놀랍게도 1990년대 초반까지 지켜졌고, 이때가 돼서야 아들딸 구별하지 않고 균등하게 상속하는 쪽으로 법이 바뀌게 된 것이다.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고 덕을 추모하는 것이라고 알았던 제사, 이제는 제사도 바뀌어가고 있다.

    김병희(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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