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과거신문보기   |  
2021년 05월 12일 (수)
전체메뉴

경남에도 사람이 산다 (6) 시즌Ⅱ 움직임 ① 지리산문화예술 사회적협동조합 ‘구름마’

예술 품은 도시 청년들, 하동 살면서 마을 살렸다

  • 기사입력 : 2021-04-08 22:08:55
  •   
  • 하늘에 떠 다니는 구름처럼 이곳저곳을 누비고 싶었던 청년들이 하동에 터를 잡고 살아간지 6년이 지났다. 그러자 마을이 활기를 띠며 살아나기 시작했다.

    평사리 들판과 섬진강, 지리산을 품고 있는 하동 악양면 악양생활문화센터(옛 축지초등학교)에는 지리산문화예술 사회적협동조합 ‘구름마’가 자리잡고 있다. 서울이라는 터전을 버리고 하동에 발디딘 이들은 하동과 공존해 살아가는 예술가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다.

    지리산문화예술 사회적협동조합 ‘구름마’가 지난해 악양생활문화센터에서 지역민 등을 대상으로 개최한 목공수업 모습. /구름마/
    지리산문화예술 사회적협동조합 ‘구름마’가 지난해 악양생활문화센터에서 지역민 등을 대상으로 개최한 목공수업 모습. /구름마/

    ‘창간기획-경남에도 사람이 산다’ 시즌II는 사회적협동조합 ‘구름마’를 시작으로 도내 각 지역에서 크고 작은 움직임을 통해 삶의 방식을 정립하고 스스로의 힘을 키워가며 지역을 ‘사람이 살만한 지역’으로 바꿔 나가는 이들을 소개한다.


    ◇‘청년이 산다, 마을이 산다’= “여기예요, 여기! 이쪽으로 오실래요?”

    지난 5일 ‘구름마’를 만나기 위해 찾은 하동군 악양면 축지리 악양생활문화센터. 평사리 들판 옆에 자리한 이곳은 폐교된 옛 축지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곳으로 구름마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운동장으로 들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한켠에서 능숙한 삽질과 곡괭이질로 대여섯 평 남짓 텃밭을 일구고 있던 지리산문화예술 사회적협동조합 ‘구름마’ 이사 양성빈(41)씨와 조합원 정진이(41)씨가 기자를 부른다.

    “뭐 하고 계셨어요?”라고 묻자 구슬땀을 양 소매로 차례로 훔치던 양 이사가 운동장 입구 우측 텃밭과 그 뒤로 자리잡은 형형색색의 1층짜리 컨테이너 하우스 6동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문을 열었다. 조그마한 시골마을의 각종 문화생활 인프라가 집적돼 있는 ‘마을공방 두니’라는 곳이었다. 상반기 중 개관을 목표로 분주한 준비를 하고 있는 각 공방들을 차례로 소개하는 그의 목소리는 힘이 넘친다.

    ‘마을공방 두니’ 공간 중 한 곳인 마을책방.
    ‘마을공방 두니’ 공간 중 한 곳인 마을책방.

    “지금 저희가 평평하게 만들고 있는 이 땅, 그리고 바로 옆 컨테이너는 ‘탐구생활’이라는 식물공방으로 만들어질 공간이에요. 탐구생활 바로 뒤 건물은 유튜브로 라이브 방송도 진행하고 드론 체험수업도 진행할 마을방송국 ‘UTBC’가 자리잡을 겁니다. 그리고 방송국 옆으로는 레트로카페인 ‘카페 평사리’가 터를 잡을 것이고요. 카페 평사리 바로 옆엔 농수산물 마켓인 ‘마을안테나숍’, 마지막으로 그 옆 건물은 ‘智異山(지이산)’이란 간판이 걸릴 중고책방입니다.”

    ‘마을공방 두니’는 하동에 귀촌한 지역예술인들로 구성된 사회적기업인 ‘구름마’와 주민공정여행 ‘놀루와’, 그리고 축지리 마을 주민들이 손잡고 만들어나가는 문화환경 조성사업이다. 지역민이 즐길 수 있는 지역문화 거점 공간을 만드는 이 사업이 넉넉지 않은 살림의 귀촌 문화예술인들의 소득원으로서도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기를 구름마는 바라고 있다.

    양 이사는 “악양에 귀촌한 문화예술인 다수가 그간 산발적인 활동에 그쳤고 실질적인 소득도 외부 강의나 타지역 활동에서 나왔다”며 “하동에 귀촌한 지역예술인의 투자와 참여로 다채로운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연령대에서 참여해 생태, 지역, 지리산 등의 의미를 되새기는 체험 워크숍 형태로 공방을 운영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외지 출신인 구름마 주도로 마을공방 조성사업의 판이 깔렸지만 운영 과정에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주도한다. 마을 대표로 이장과 부녀회장이 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을마켓 운영자로 주민들이 함께 하는 방식 등을 통해서다. 사업이 취지에 벗어나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는 한편 필요할 때마다 지자체에 ‘입김’을 불어넣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주민들의 역할이다.

    지난 2019년 제1회 섬진강바람영화제 모습./구름마/
    지난 2019년 제1회 섬진강바람영화제 모습./구름마/

    ◇구름마의 걸음마= 구름마의 시작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름마는 서울의 그림책 작가들이 하동에 반해 하동에 정착하면서 만들어졌다. ‘이왕 모인 김에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지난 2015년 협동조합을 발족했고, 2016년 예비사회적기업을 거쳐 2018년 9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6명이던 첫 조합원은 10명까지 늘어났다가 올해는 양 이사를 비롯해 4명이 현재 입주 공간인 악양생활문화센터를 지역민과 예술을 공유하는 장으로 가꿔나가고 있다.

    구름마의 ‘시즌1’은 조합원 각자 전문 분야를 살려 협업을 통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작하고 출판하는 데 힘써온 시간이었다. 하동의 자연과 이야기가 담긴 여행 그림책을 펴내고, 전시회를 꾸준히 열었다.

    다양한 체험 행사도 열었다. 하동을 여행하며 예술가들의 공연도 동시에 볼 수 있는 ‘다원 예술 순례’, ‘찻자리 콘서트’ 같은 프로그램도 기획했다. 출판·교육·여행상품·전시·공연 등을 그들의 표현을 빌려 ‘중구난방’으로 선보이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쳤던 것도 사실이다. 서울에서 하동으로 공간만 바뀌었지 공모사업 도전 등 하는 일이 달라지지 았았던 탓이었다. 구름마의 이름이 서서히 지역에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이럴려고 귀촌했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고 양 이사는 전했다.


    하동 풍광에 반해 악양 옛 축지초등에 둥지
    6명으로 출발 10명까지 늘었다 현재는 4명
    조합 만들어 출판·교육·전시·공연 등 활동

    주민과 손잡고 마을 공방·방송국도 만들어
    문예기반 구축 다양한 즐길거리 제공 포부
    “지자체, 청년 유인하려면 그들 얘기 들어야”


    ◇구름마의 날갯짓= 올해 구름마는 ‘시즌2’를 준비한다. 마을공방 조성사업인 마을공방 두니 말고도 다른 프로젝트로 ‘이럴려고 귀촌했다’는 걸 그들 스스로와 지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도 크다. ‘이것 저것’ 다양하게 꾸렸던 사업을 단순화하는 게 ‘시즌2’의 핵심이기도 하다.

    우선 현재 입주 공간인 악양생활문화센터를 지역민과 예술을 공유하는 장으로 발돋움시키는 게 목표다. 악양생활문화센터 안 ‘작은미술관’을 활용해 지역작가를 발굴하고 전시기회를 제공해 그들의 가치를 지역민들에 제대로 전할 예정이라고. 다원 예술 순례를 통해 개발한 ‘찻길’은 힐링을 테마로 한 트레킹 프로그램으로 개발할 참이다. 센터 안 공간을 활용해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할 입주작가를 모집할 계획도 갖고 있다.

    양 이사는 “지역에서 의미있는 즐길거리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선 마을 주민들의 뜻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마을 주민분들의 마음을 얻고 함께 발을 맞춰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한다”고 전했다.

    양성빈 이사가 마을방송국을 설명하고 있다.
    양성빈 이사가 마을방송국을 설명하고 있다.

    ◇구름마의 꿈은= 6년간 다양한 사업을 꾸려온 구름마. 그들은 자신들의 바탕인 ‘예술’을 잊지 않는 게 꿈이자 목표다. 치열하게 여러 사업을 하는 이유도 예술로 먹고살며 지역 문화를 가꾸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행정의 관심은 늘 부족하다고 구름마는 입을 모았다. 이걸 다시 말하면 행정의 관심이 이들에게 그만큼 절실히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정진이씨는 “지자체가 청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 귀촌한 우리들에게는 와닿는 게 사실 별로 없었다”며 “귀촌을 꿈꾸는 청년들이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자자체는 귀를 열고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이 더 살만한 곳이 되기 위해서 양 이사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문화 인프라를 확충해나가는 게 필요하다”며 “일할거리는 많은데 즐길거리는 턱없이 모자라기에 청년들이 귀촌을 머뭇거린다”고 말했다.

    어느덧 ‘진짜 하동사람들’이 된 구름마. 그들의 꿈은 어떤 모습으로 결실을 볼까?

    “이곳을 문화소외지역이라고 표현하면 주민들께선 섭섭하시겠지만 문화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서 봤을 때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지속가능한 창작으로 소득을 올리는 것 이전에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거리’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지역민들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꿈입니다. 저희가 하동사람이 된 이유이고요.”

    글·사진=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 관련기사
  • 도영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