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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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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이 모자라!… 공룡 ‘몸’ 우리가 만든다

공룡군단 ‘그림자 서포터’ - 트레이너
[2021 프로야구 개막 NC 다이노스 특집]

  • 기사입력 : 2021-03-31 20: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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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는 약 7개월간의 시즌 중 한 팀당 144경기를 치른다. 장기 레이스다. 월요일을 제외한 주 6일 모두 경기가 열린다. 야구단에는 선수들이 야구에만 집중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뒤에서 힘껏 밀어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팬들로부터 우승의 찬사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에도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뻐한다. 2021시즌 개막에 앞서 NC 다이노스의 ‘멈추지 않는 도전’을 지원하는 ‘공룡군단 코칭스태프·선수 프로필’(12면 참조)에는 없는 ‘그림자 서포터’를 만났다.


    “팬들의 눈에 비친 트레이너란 어느 선수가 경기 도중 다쳤을 때 트레이닝복 바람으로 쪼르르 달려나와 잠시 만져 주고는 곧바로 사라지는 엑스트라일 뿐이다.”

    “그러나 선수들에게는 전혀 사정이 다르다. 트레이너는 ‘몸’이라는 선수들의 가장 소중한 재산을 돌봐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미국 최고의 야구 전문 기자로 평가받은 고(故) 레너드 코페트는 자신의 저서 ‘야구란 무엇인가’에서 야구단 트레이너를 이 같이 설명했다. KBO리그의 아홉번째 심장 NC 다이노스 선수들도 같은 생각이다. 임창민 선수는 “선수들은 화려하게 주목받지만, 정작 선수들이 항상 빛날 수 있게 관리해주는 사람은 트레이너다”며 “트레이너는 본인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선수들의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신경 써 준다”고 말했다.

    선수의 가장 큰 자산인 몸을 돌보는 트레이너. 현재 NC의 N팀(1군)을 담당하는 6명의 트레이너는 스트렝스 디렉터 1명, 트레이닝 파트 2명, 치료 파트 3명으로 구분돼 있다. 각 분야로 나뉘어 있긴 하지만, NC 트레이너들은 상황에 따라 타 파트의 업무도 챙길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지난 25일 기자와 만난 박성재 트레이너(33·운영팀 N팀 트레이닝 파트)는 “선수들의 부상 방지와 최고의 퍼포먼스로 좋은 경기력을 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트레이너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트레이너가 선수 개개인을 얼마나 꼼꼼하게 신경 쓰는지를 엿볼 수 있는 한 마디가 있다. 박 트레이너는 “시합 중 주자가 뛸 때, (발 밑에서) 튀는 모래의 양도 본다”며 “오른발에서는 많이 튀는데, 왼발에서는 별로 안 튄다든지. 특정 부위가 약하든지, 안 좋든지. 그런 부분을 찾아 트레이닝을 한다”고 했다. 트레이너의 꼼꼼한 관찰은 추후 감독이 선수 운용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된다.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NC 다이노스 박성재 트레이너가 류진욱 선수의 코어 운동을 돕고 있다. /NC 다이노스/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NC 다이노스 박성재 트레이너가 류진욱 선수의 코어 운동을 돕고 있다. /NC 다이노스/

    시즌 중 트레이너의 하루는 쉴 틈이 없다. 속된 말로 빡쎄다. NC 트레이너들은 선수들보다 2시간 가량 일찍 출근해 당일 웨이트 트레이닝 스케줄을 점검한다. 트레이닝 중 이따금 앓는(?) 소리를 하는 선수들을 독려해 운동을 마칠 수 있게 하는 것도 트레이너의 몫이다. 전날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선수에게는 한명 한명 연락해 컨디션을 체크한 뒤 웨이트 대신 보강운동이나 치료를 한다. 코칭스태프가 지도하는 기술훈련 중에도 트레이너는 쉴 수 없다. 선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어떤 트레이닝을 추가할지, 치료가 필요할지 등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 전에는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손목이나 발목 등 관절 부위에 테이핑을 해준다. 경기 전·중·후로는 선수들에게 최소 20분에서 최대 40분가량의 스트레칭을 해준다. 당일 격렬한 활동을 한 선수들에게 마사지나 냉찜질 등 애프터 케어도 필수다. 경기를 끝으로 선수들의 하루 일정은 끝나지만, 모든 트레이너들은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한 미팅을 진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뒤에야 퇴근한다.

    원정 경기를 가면 더 늦어진다. 몸이 뻐근한 선수들이 밤마다 숙소에서 트레이너 방을 찾는다. 박 트레이너는 “대략 밤 11시부터 마사지 등 선수 치료를 한다. 선수 개인당 20~30분 정도 걸린다”며 “다 끝나면 새벽 1~2시가 넘어 잠든다”고 했다. 임창민 선수는 트레이너의 하루에 대해 “선수들의 훈련과 치료를 위해 야구장에 가장 일찍 나와 가장 늦은 시간에 돌아간다”고 표현했다.

    매번 선수들의 몸을 스트레칭·마사지해 주느라 트레이너들은 허리와 목, 척추 쪽이 안 좋다고 한다. 디스크 질환을 앓는 트레이너들도 있다.

    선수 몸에 관련된 모든 것 케어
    컨디션 체크해 감독에 전달
    영양·약 성분 관리 등 꼼꼼 체크

    테이핑·스트레칭·마사지 케어 필수
    원정 땐 선수들 밤마다 찾아와
    마사지 다 끝나면 새벽 1~2시 넘어

    나성범 슬라이딩 부상 때 아찔
    통합우승 때 모든 상황 생각나 눈물
    “선수들 다치지 않는 게 큰 바람”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NC 다이노스 박성재 트레이너가 스트레칭 밴드를 활용해 류진욱 선수의 다리를 펴주고 있다. /NC 다이노스/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NC 다이노스 박성재 트레이너가 스트레칭 밴드를 활용해 류진욱 선수의 다리를 펴주고 있다. /NC 다이노스/

    트레이너는 선수들의 식단도 신경 쓴다. 박 트레이너는 “먹는 게 정말 중요하다. 일주일 한 두 번씩 영양사님과 무조건 미팅한다. 웨이트나 경기 전에는 고탄수화물을 섭취할 수 있게 하고, 훈련·경기를 마친 뒤에는 단백질 섭취와 회복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식단을 구성하도록 부탁드린다”며 “저희가 무리한 부탁을 해도 영양사님이 잘 들어주셔서 늘 감사하다”고 했다.

    선수들은 훈련과 경기 때가 아니라도 트레이너를 시시때때로 찾는다. 박 트레이너는 “새벽 3~4시든 상관없이 몸에 문제가 생기면, (시스템상) 트레이너를 거치게 돼 있다”며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고 자서 머리가 아프다며 연락한 적도 있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어 “감기약을 지을 때도 성분이 어떤지 다 물어본다. 영양제도 마찬가지다. 트레이너는 해당 성분을 확인해 ‘먹어도 된다, 안 된다’를 판단해 선수들에게 말한다. 잘못하면 도핑에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선수 몸을 관리하는 트레이너들의 업무는 상당히 전문적이다. 때문에 스포츠의학, 물리치료학, 영양학, 생리학, 운동역학, 인체해부학, 트레이닝론 등 필수적인 학문에 대한 공부는 물론 선수트레이너(ATC), 교정운동전문가(CES), 근력컨디셔닝전문가(CSCS) 등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 박 트레이너는 “매일 해외 논문을 찾아본다. 비시즌 중에는 관련 세미나에 참여해 공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NC 다이노스 박성재 트레이너가 도태훈 선수의 발목에 테이핑을 하고 있다. /NC 다이노스/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NC 다이노스 박성재 트레이너가 도태훈 선수의 발목에 테이핑을 하고 있다. /NC 다이노스/

    트레이너는 업무 특성상 선수와 밀접하게 지낼 수밖에 없다. 유독 코로나19 개인방역에 신경 써야 했던 이유다. 박 트레이너는 “휴일에 마스크를 2~3장씩 겹쳐서 쓰고 다녔다”며 “치료할 때나 트레이닝할 때 선수들과 붙어서 얘기하니까. 선수 안전을 위해 누구보다 조심해야 했다”고 말했다.

    박 트레이너는 2016년부터 NC 트레이너로 일했다. 그간 결코 녹록지 않았을 트레이너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물었다. 그는 “선수들과 같이 성장해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라며 “처음엔 재활군 트레이너로 신인 선수를 주로 관리했다. 시간이 지나 그 선수들이 1군으로 가고, 저도 1군 트레이너가 돼 그 선수들을 관리했다. 그리고 같이 우승까지 맛봤다. 그렇게 함께 한 걸음씩 성장했다”고 말했다.

    올해 멈추지 않는 도전에 나서는 NC 선수들에게 박 트레이너가 바라는 것은 하나다. “선수들이 다치지 않는 게 제일 큰 바람이다. 건강하게 시즌을 시작해 건강하게 시즌을 마치길 바란다.”

    ※트레이너 가방엔 뭐가 들었나

    각종 비상 의약품과 테이핑 도구 등이 들어있는 NC 다이노스 트레이너 가방. /NC 다이노스/
    각종 비상 의약품과 테이핑 도구 등이 들어있는 NC 다이노스 트레이너 가방. /NC 다이노스/
    순발력 운동을 위한 사다리형 운동기구, 스트레칭 밴드, 야외 워밍업시 바닥에 까는 깔개 등이 들어있는 NC 다이노스 트레이너 가방. /NC 다이노스/
    순발력 운동을 위한 사다리형 운동기구, 스트레칭 밴드, 야외 워밍업시 바닥에 까는 깔개 등이 들어있는 NC 다이노스 트레이너 가방. /NC 다이노스/

    홈경기 때는 홈구장의 웨이트장과 치료실에 모든 장비가 모두 구비돼 있지만 원정 경기 때는 구장마다 상황이 달라 트레이너들이 선수 관리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직접 챙겨야 한다. 치료 파트 가방에는 테이핑 도구, 가위, 솜, 영양제는 물론 연고 등 각종 비상약품이 가득 들어있다. 뿐만 아니라 마사지 베드 3개, 치료장비(전기치료·충격파·초음파·부황 등등)도 별도로 챙긴다. 트레이닝 파트 가방에는 스트레칭 밴드 등 선수 워밍업을 위한 갖가지 운동 장비가 들어 있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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