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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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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대박 말고 성실하게- 염진아(변호사)

  • 기사입력 : 2021-03-24 20: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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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 출근길에 여기저기 핀 봄꽃을 보며, 매일매일 싹 틔우고 꽃 피우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그 ‘성실함’을 닮아야겠다 생각했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면 먹고사는 걱정은 없을 거라며.

    그런데 매일을 성실하게 살아도 자영업자들은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지리라고 쉽사리 다짐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월급 받는 사람들은 걱정이 없는가. 월급 받는 사람들은 자영업자는 그래도 소위 ‘대박’이 있으나 자신들은 매월 같은 월 급여로 빠듯하게 산다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자영업자도 월급 받는 자들도 다 같이 노리는 대박이 있으니, 아마도 ‘로또’와 ‘부동산’인 듯하다.

    70년대 강남 발전 당시의 복부인들의 성공 신화부터 최근 서울에서 5억 로또라 불리던 아파트 청약까지, 부동산으로 ‘한몫’ 챙겨 부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들리고, 확대 재생산되며, 전설처럼 들렸다.

    우리가 창원에서는 30평 대 아파트를 5억원 대 분양가로 분양받거나 마이너스 피로 구매하였는데, 현재 시가가 10억원을 넘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앉은 자리에서 가만히 5억을 벌었다는 이야기에 모두가 부러워하고, 나는 왜 안목 없이 저기에 투자하지 못하였나 자책하고, 이를 소유한 사람들은 당장 이익이 실현되어 손에 금전을 쥐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은 성공 투자한 사람이 된다.

    국토교통부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주택 보급률은 104%를 웃돈다. 서울은 약 96%인데, 다른 지자체는 거의 100% 이상으로, 이는 1인 가구 수도 반영하고(2009년 이후), 행정자료도 반영(2015년 이후)하여 만든 것이다.

    주택의 보급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집이 없는 사람이 많고, 내 집 마련이 꿈인데 점점 더 꿈과 멀어지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부동산은 투자하여 재산을 증식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집의 개념보다 투자의 개념이 높고, 투자하여 자신의 노후를 보장해 줄 재산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를 바꾸기 위해 시행되었던 많은 부동산 정책은 참담하리 만큼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엔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집과 재산을 구분하여야 할 것인데, 어떠한 정책이 당장에 이러한 인식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까.

    LH발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전 국민이 분개한 이유는 공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의 청렴성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 만은 아닐 것이다.

    정보의 불균형이 가져오는 너무 큰 부의 차이, 열심히 살았는데도 투자할 여유는커녕 먹고살기도 힘든데 누군가는 몇십억의 대출을 하며 확실한 성공 투자의 지름길로 간 것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와 화가 섞여 있다.

    대책으로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해 전 공무원의 부동산 재산 등록 등 여러 가지 제안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들의 투기 의혹 전수 조사도 하겠다고 하며, 나 먼저 조사하라고 하는 지자체 장도 있다.

    조사 후 ‘투자’가 아닌 ‘투기’로 밝혀지거나,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로 밝혀지는 것은 몇 건이나 될지, 발전 호재, 매매가 상승 요인 등을 철저하게 열심히 분석한 ‘투자’인지,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인지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전체적인 기준 없이 하는 수사는 중구난방일 수밖에 없다.

    지금 나오는 여러 대안이 향후의 우리가 부동산을 대하는 자세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기를 바라며, 그러한 발판을 만들 수 있도록, 투기 및 처벌에 대한 적절한 기준이 정해지기를 바란다. 더 바라자면, 향후 우리가 부동산 그중에서도 집으로는 투기하지 아니하도록 시대도 바뀌기를.

    염진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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