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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고마해라”는 멈춤의 지혜다- 안상근(가야대학교 부총장)

  • 기사입력 : 2021-03-23 20: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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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마해라”는 말은 투박하지만 정겨운 경상도 사투리다. 그 정도가 지나칠 때 이제 그만하라는 의미로 흔히 사용되는 말이다. 학자적 관점이 아니라 경험상·정서상으로 보면 이 말의 쓰임은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하나는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말하는 것보다 제 3자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말할 때 설득력이 높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상대의 말과 행동을 거부하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수용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영화 ‘친구’에서 주인공의 대사로 유명세를 타기도 해 정치권에서도 종종 인용해 사용한다. 요즘은 야당에서 정부 비판용으로 자주 빌려 쓰지만 굳이 따져 보면 정치인 중 이 말을 사용한 원조 격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아들 특혜채용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응수하였다. “우리 부산 사람은 이런 일을 보면 딱 한 마디로 말한다. 마! 고마해.” 얼마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부지에 대한 야당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그 정도 하시지요”라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불편한 마음을 유화적으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마! 고마해”라고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고마해라”는 가볍게 던질 수 있는 말 치고는 그 무게감이 크다. 전라도 사투리 ‘거시기’ 만큼이나 적용과 응용의 범위도 넓다. 다소 과장된 표현일지 모르지만 동양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멈춤의 지혜를 담고 있는 지학(止學)이다. 노자의 도덕경 나오는 ‘만족을 알면 모욕을 당하지 않고, 적당한 때에 멈출 줄 알면 위험에 빠지지 않는다(知足不辱, 知止不殆)’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끊임없이 더 좋은 것, 더 큰 것,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고마해라”는 한 마디는 위대한 철학가의 사상보다 지혜로운 말이다.

    멈출 줄 모르는 욕심은 결국 죄와 화를 부르게 마련이다. 요즘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LH발 부동산 투기 사태가 단적인 사례이다. 공기업 직원, 공무원, 정치인 등이 공적 지위를 남용하고 사적 이득을 얻었다. 심지어 친인척과 이웃까지 동원해서 투기를 조장했다. 그 중 한 사람이라도 나서서 “마! 고마해”라고 했다면 부패의 뿌리가 이 정도까지 깊지는 않았을 것이다. 평생을 땀 흘려 일해도 집 한 채 장만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반칙과 불법 행위로 배를 불렸으니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작년에 국제투명성기구가 우리나라의 부패 인식 지수를 세계 180개 나라 중 33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국 중 23위라고 발표하였다. 당시 정부는 역대 최고의 순위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대통령까지 나서 “우리 사회가 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세계 10위권 경제에 걸맞은 ‘공정’과 ‘정의’를 갖추어야 자신 있게 선진국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돌이켜보니 그때 이미 공적 기관의 부패는 수면 아래서부터 곪아 터지고 있었다.

    한편으로 LH공사가 불법 투기 집단으로 지탄을 받고, 해체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현실에 대해 경남도민으로서 아쉬움이 크다. 과거 통합 LH공사 유치를 위해 도민 모두가 혼신의 힘을 쏟았다. 경남 이전 후에도 혁신도시 전체를 이끌 중심 역할을 기대해 왔다. 그런 만큼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실망감은 더 크다. LH공사가 살아남는 길은 국민들이 ‘고마해라. 됐다’고 말할 때까지 잘못된 폐단을 뽑아내고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 부정·비리 행위자는 가혹할 정도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LH사태가 혁신도시의 성장과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신지역성장 거점화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혁신도시 시즌2 , 지역산업육성과 연관기업 유치 등 산적한 일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안상근(가야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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