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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21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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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71) 고희지년(古稀之年)

- 옛날부터 드문 나이

  • 기사입력 : 2021-03-16 08: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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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唐)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곡강(曲江)’이라는 시에 “사람이 칠십까지 산다는 것은 옛날부터 드물다네(人生七十古來稀)”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따와서 70세를 고희(古稀)라고 하는 것이다.

    중국 역대 황제 가운데서 생몰연대를 아는 황제가 209명인데, 70세 이상 산 황제가 15명, 80세 이상 산 황제는 4명뿐이니, 고희까지 사는 것이 얼마나 드문지 알 수 있다.

    1300년 전 두보 시대에는 70세까지 사는 사람이 정말 드물었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우리나라 평균 연령이 80세를 넘었으니, 70세까지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는 셈이다.

    옛날에는 고희를 보기가 힘들었고, 고희라고 잔치하는 경우도 없었다. 우리나라 여러 문헌에 고희연(古稀宴)을 했다는 기록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고희에 이르는 사람들이 점점 많이 나오기 시작하던 1970년대 초반부터 고희 기념 행사가 상당히 성행했다. 주로 퇴직한 교수들이 고희가 되면, 그 제자들이 고희 기념 논문집을 만들어서 봉정식(奉呈式)을 거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고희에 이른 사람이 워낙 많아지자 다시 고희연을 하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지금은 고희를 들먹이는 사람조차도 거의 없다.

    필자도 금년에 고희의 나이에 이르렀다. 생일이 일찍 들어 지난 3월 1일(음력 1월 18일)이 70세가 되는 날이었다. 생일이 가까워오자, 자녀들이 고희를 먼저 거론했다. “지금 코로나로 모든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고희가 뭐냐? 또 나는 부모·조부 등이 다 환갑도 안 되어 돌아가셨으므로, 고희니 뭐니 하면 안 된다”고 말렸다.

    그러자 자매의 자녀들이 또 거론했다. 같은 이유로 말렸으나, 몇이서 밥이라도 한 끼 먹자 해서, 식사만 같이 하는 것으로 보냈다. 몇몇 친지들이 알고서 연락을 해 오기에 같은 이유로 말렸으나, 굳이 요청하는 몇 사람과 개인적으로 식사를 몇 번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국어교과서에 실린 피천득(皮千得) 교수의 ‘수필’이라는 제목의 수필에 ‘수필은 서른여섯 살 중년 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글’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인생을 70세로 보고 36세를 중년 고개를 넘은 것으로 본 것이다. 그때 생각으로는 36세만 해도 아득했는데, 지금은 서른여섯 살의 두 배를 살았으니, 적게 산 것은 아니지만, 인생이 잠깐이라는 것은 절감한다.

    중국 역대 황제 가운데 가장 오래 산 황제가 청(淸)나라 건륭(乾隆) 황제였다. 그는 고희가 되자 ‘고희천자(古稀天子 : 일흔 살 넘은 황제)’라는 인장을 새겨 곳곳에 찍었다. 그리고는 그다음에 ‘유일자자(惟日孜孜 : 오직 날마다 부지런히 일한다)’라는 도장을 찍었다. 일흔을 넘은 나이에도 늙음을 핑계로 안일함을 쫓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백세시대라 하여 수명은 많이 늘었다. 오래 사는 만큼, 나름대로 노년의 계획을 세워 어떤 분야의 어떤 일이든 할 일이 있어 부지런히 활동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古 : 옛 고. * 稀 : 드물 희

    * 之 : 갈 지. …의 지.

    * 年 : 해 년.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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