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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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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우리를 봐야 행복하다- 안상헌(애플인문학당 대표)

  • 기사입력 : 2021-03-10 20: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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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전과 비교해 우리는 훨씬 많은 즐길 거리를 가지고 있다. 쉽게 배달 음식을 주문할 수 있고, 안방에서 영화나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유튜브에 접속해 보고 싶은 영상을 마음껏 볼 수 있다. 편리한 삶은 욕구의 충족을 쉽게 만들어준다. 문제는 빠른 욕구 충족에 익숙해지면 조용한 시간을 견딜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무료함과 권태를 견딜 수 없어 새로운 재미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과거와 비교해 권태의 정도는 덜하지만, 권태에 대한 두려움은 훨씬 커졌음이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최고의 논리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98세까지 장수했던 그는 자신이 삶이 충분히 행복했다고 말한다. 연구와 강연으로 바쁜 삶을 살았을 텐데 삶이 행복했다고 말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내가 삶을 즐기게 된 주된 비결은 자신에 대한 집착을 줄였다는 데 있다’는 것이 그의 비결이었다.

    자신에 대한 집착이 강하면 어떻게 될까?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도 크게 다가온다. 상대방에 비해 적게 가진 자신이 초라해진다. 모두 자신에 대한 관심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배고픔에 고통 받는 사람보다 우울증으로 시달리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한다. 내일 아침을 먹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보다 행복하지 못할까 걱정하는 삶을 산다. ‘나’에 대한 애착이 행복을 방해하는 역설을 불러왔음이다.

    러셀은 ‘나’가 아닌 ‘외부’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제안한다. 외부에 대한 관심은 생각을 넘어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활동은 분위기를 환기 시키고 새롭고 신선한 자극을 제공하며 무엇보다 자아에 집착하는 시간을 줄여준다. 수많은 불행한 이유에 집중하는 대신 외적 활동에서 재미를 발견하게 된다. 외부에 관한 관심은 많을수록 좋다. 딸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딸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맛보지 못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싫어하는 사람보다 더 즐겁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싫어하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 동료에게 관심을 가지고 따뜻하게 대하는 사람은 동료를 싫어하는 사람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직장 생활을 한다. 관심 분야가 많고, 주변 사람에게 따뜻해질수록 행복해질 기회도 그만큼 많아지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하나를 잃게 된다고 해도 다른 것에서 행복을 찾아낸다.

    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 일은 온종일 무엇을 할까 고민할 필요가 없게 한다.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채울까 힘겨워한다. 행복한 사람은 작고 사소한 일이지만 그것들을 해내느라 분주하게 지낸다. 자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권태를 예방하는데 일만큼 좋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일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옳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일을 벗어나려고 하지만 막상 일에서 자유로워지면 주체할 수 없는 공황 상태를 경험한다. 돈을 떠나 일 그 자체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음이다. 일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닌가.

    외부에 대한 관심은 타인에 대한 애정으로 나타난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삶을 응원한다면 나에게 좋다.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는 기분이 들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세상에 나서게 된다. 요즘은 다른 사람이 성공할 수 있게 도와줘야 자기도 성공할 수 있는 시대다. 식자재를 납품하는 사람이라면 그 식당이 잘되도록 해야 하고, 프랜차이즈를 하는 사람이라면 매장이 성공할 수 있게 도와야 하며, 학원 선생님이라면 아이들의 성적이 오르도록 노력해야 한다. 타인의 위하는 것이 나를 위하는 길이다. 나를 넘어 우리를 봐야 행복하다.

    안상헌(애플인문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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