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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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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벼락거지- 이상권(광역자치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1-03-09 19: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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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적 절약을 통한 경제적 독립으로 30~40대에 조기 은퇴한다는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이 주목받고 있다. 자발적 해고(FIRE)를 빗댄 신조어다. 올해 초 미국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 주식으로 백만장자가 된 30대 남성이 부러움을 샀다. 그는 2013년부터 테슬라 주식을 사들인 뒤 주가가 역대 최고가를 찍자 사표와 함께 우리 돈 약 131억원에 달하는 인증샷을 트위트에 남겼다. “39세에 은퇴한다”는 글도 올렸다.

    ▼‘벼락부자’는 만인의 꿈이다. 우리나라에선 서울의 ‘강남 벼락부자’가 대명사다. 1960년대 개발이 시작된 이후 부동산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이들을 ‘강남 졸부’로 불렸다. 이면엔 질시와 비하가 깔렸다. 하지만 이제 강남은 고학력과 부(富)가 집중하고 대물림하는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근거지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벼락거지’란 말이 등장했다. 집값이 폭등하고 전세난까지 겹치면서 월세 난민 신세로 전락한 이들의 자탄식이다. 월급만으로 근근이 연명하는 직장인과 가정살림에 충실했던 주부들이 어느 날 갑자기 거지꼴이 됐다는 울분의 토로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근로 소득으로는 내집마련 꿈조차 꿀 수 없는 신세에 좌절한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 25평 아파트값 평균은 11억9000만원이다. 노동자 평균 연봉 3400만원을 36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한다.(경실련 분석)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괴물이 된 집값에 노동의 가치는 초라하다. 신도시개발 정보를 미리 입수해 땅을 사들인 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가 공분을 사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는 노동을 공정과 정의로 평가했다. “너의 창고가 가득 차도록 일을 해라. 노동은 수치가 아니다. 빵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면 노동은 축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암담하다. 우직한 노동의 땀방울은 축복이 아닌 눈물이 됐다.

    이상권(광역자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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