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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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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찰럼] 신축년 소 이야기- 송봉구(영산대 인문학 교수)

  • 기사입력 : 2021-02-17 20: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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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년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신년을 잘 보내기 위해 스스로 다양한 결심을 한다. 올해는 신축년 소띠해이다. 한 해를 잘 보내기 위해서 소와의 인연과 의미를 돌아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소와의 인연은 어릴 때부터 시작되었다. 조부모가 소를 좋아하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도 소를 가까이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조모는 손자들이 소를 잘 보살피면 매우 좋아하셨기 때문에 우리들도 조모의 뜻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서 지극 정성으로 소를 보살폈다. 지금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은 여름 방학 때의 일이다. 방학이 되면 우리들의 가장 큰 임무는 소를 몰고 산으로 가서 풀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었다. 집집마다 소가 두세 마리 있었기 때문에 동네 소를 전부 모으면 20마리 정도 되었다.

    이렇게 많은 소를 산까지 잘 데리고 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중간에 꼭 사고 치는 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가 잠시 한눈을 팔면 소들이 길 옆에 있는 옥수수나 벼를 먹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소를 몰고 가는 시간은 긴장의 연속이다. 그러나 크게 긴장할 일은 아니다. 덩치 큰 소를 꼼짝 못하게 하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소의 코에 있는 코뚜레 때문이다. 이것을 잡아당기면 소는 덩치는 크지만 꼼짝 못하고 말을 잘 듣는 순한 양이 된다. 여기에서 사람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지혜를 가진 인간도 욕심에 눈이 어두우면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바꾸는 큰 실수를 하게 된다. 그래서 인간은 인간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 방법을 잘 볼 수 있는 것이 사찰에 가면 대웅전 벽에 그려져 있는 열 개의 그림이다.

    이것을 십우도 혹은 심우도라고 한다. 십우도는 열 개의 소가 등장하는 그림이라는 뜻이고, 심우도는 소를 찾는 그림이라는 뜻이다. 둘 다 소가 등장하는데 왜 하필 수많은 동물 중에 소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림을 그렸을까? 그것은 위에 말했듯이 소가 곡식을 먹으려 할 때 코뚜레를 당겨 못 먹게 하는 것처럼 인간도 잘못된 행위를 할 때 마음에 코뚜레를 만들어 놓고 잡아당기면 실수를 하지 않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사찰 그림은 열 개의 과정이지만 크게 보면 첫째. 소(마음)를 찾아 나서고, 둘째. 소(마음)를 찾고, 셋째. 소(마음)를 길들이고, 마지막에는 소(마음)를 잊어버리고 자연스럽게 사는 네 가지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소 즉 마음을 찾아 나서는 이유는 지금의 현실에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누구인가? 등의 근원적인 의문을 해결하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가하여 수행에 돌입한다.

    스님들은 절에서 참선을 해서 자신의 마음을 찾는다. 스승이 내려준 화두를 들고 참선을 하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자신의 본래 모습을 만나게 된다. 만나보니 자신의 본래 모습은 크고 위대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자신이 스스로 남과 비교하여 왜소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 과정을 심우도에서는 소를 본다·소를 타고 돌아온다 등으로 표현하고 있고 선문(禪門)에서는 돈오(頓悟)라고 한다. 갑작스러운 깨달음이 온 것이다. 자신의 본래 모습을 깨달았다고 어느 날 갑자기 삶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욕심이 또 일어나서 흔들어 버린다. 이런 과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길들여야 하는데 이것을 점수(漸修)라고 하고, 심우도에서는 사람을 잊어버리고, 소도 잊어버린다고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공부가 완성되는 10번째 그림에서는 수행자가 산속에 있지 않고 세상에 나와서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세상 사람들과 함께 사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소띠 해에 소의 인연과 의미를 살펴보니 조부모와의 인연으로 실제 소를 만나서 함께 지냈던 시절도 있었고, 또 자신의 마음에 비유하여 자신의 본모습을 찾아야 하는 철학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었다. 올 한 해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렇게 빨리 지나가고 있는데 나는 과연 의미 있는 삶을 위해 본래 모습을 찾는데 용맹정진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할 것 같다.

    송봉구(영산대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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