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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원격교육에서 학습격차 줄이려면- 김성열(경남대 교수·전 한국교육학회장)

  • 기사입력 : 2021-02-14 20: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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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말 필자는 이 지면에서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초·중등학교에 도입한 원격 교육으로 인하여 학생간 학습 격차가 그 이전보다 벌어지고 있음을 실증적 데이터를 통하여 드러내 보이고 학교는 그러한 학습 격차를 가능한 한 줄이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그 당시에 학습 격차를 줄이기 위하여 학교와 교사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주장만 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제 지난 1년 동안 축적된 경험을 근거로 원격 교육 상황에서 학습 격차를 줄이기 위하여 학교와 교사들이 실천하여야 할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원격 교육에서는 학생이 자기 통제를 하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학생에게 자율적인 학습 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 ‘말을 물가까지 끌고 가도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속담이 있듯이, 물론 이 일은 쉽지는 않다. 하지만 학교의 시간표와 교사의 세심한 지도를 받아야만 공부를 하던 학생을 대상으로 뚜렷한 목표 의식과 성취 동기를 심어주고, 자율적인 자기 관리 능력과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길러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자녀에게 학습 지원을 할 수 있는 부모의 역량 개발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하고, 자녀에 대한 학습 지원을 할 수 없는 가정의 경우에는 가정 지원 시스템을 도입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학생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학생에 학업 성취에 대한 가정의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학생의 학습에 대한 가정의 지원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학생 간 디지털 격차의 해소가 요구된다. 지난해 봄에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이 협력하여 온라인 교육에 접근할 기기가 없는 학생들에게 기기를 지원해 주었다. 하지만 접근 기기의 소유 여부만이 아니라, 그것의 질적 수준과 학생의 활용 능력의 차이가 학습 격차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에 취약 계층 학생에게 첨단의 접근 기기를 보급해주고, 학습에 적용할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을 제고해주어야 한다.

    넷째,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원격 수업에서의 학급 당 학생 수를 적정 수준으로 축소하는 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원격 수업이 오히려 교실이라는 수용 공간의 제약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에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을 소홀히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사들의 경험에 의하면 학생 수가 15명 내지 20명 수준이 되어야 원격 수업 상황에서 뒤처지는 학생들에 대한 개별 지도가 가능하다. 물론 학급 당 학생 수의 축소에는 교사 수를 증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온라인 기기 및 전화 등에 의한 원격 지도, 멘토-멘티 지도 방안 등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원 양성 기관 학생이나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 지도 인력을 활용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뒤처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등교 수업과 원격 수업에 관계없이 발달한 정보통신기술과 AI 등을 활용하여 다양하고 풍부한 디지털 학습 자료에 기반을 둔 개별 맞춤형 교육과 학습지도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여야 한다. 디지털 기반으로 개별 맞춤형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원격 교육의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최근에 감염병 전문가들이 그동안 축적된 자료들을 근거로 코로나19가 학교를 통하여 확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등교 수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등교 수업만이 학교 교육의 전형(典型)이라는 전제가 사라지고, 원격 교육이 등교 수업과 마찬가지로 학교 교육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되면 코로나 종식 여부와 상관없이 학교 현장에서 계속 유지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와 시·도교육청, 학교와 교원들은 원격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고, 원격 교육으로 인한 학습 격차를 가능한 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실천하는 데 적절하게 역할을 분담하고 함께 협력하여야 할 것이다.

    김성열(경남대 교수·전 한국교육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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