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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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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노선(老仙) 혹은 노동(老童)처럼- 이현근(광역자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21-02-14 20: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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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어에 나이 40이면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기거나 판단을 흐리지 않는다며 불혹(不惑)이라 불렀고, 50이면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라며 지천명(知天命)이라 불렀다. 어릴 적 상황에 맞게 옳은 말만 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나도 어른이 되면 그렇게 되는 줄 알았다. 누구나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품격있는 노력이 수반돼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막상 그 나이가 되어보니 판단력도 부족하고 더욱이 하늘의 이치를 안다는 것은 부끄러울 만큼 어수룩하다.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의술을 발달시켰고 점차 수명도 늘어나게 했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도 1960년대 53세, 1980년 65.9세, 1990년 71.3세, 2018년 83세로 잘만 하면 백세를 누리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고령화 속도도 빨라져 2020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15.7%에 달했다. 2025년께는 20.3%, 2050년께는 40%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늙는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면보다 외로움, 질병 등 부정적인 면이 많이 부각된다. 늙어지면 젊을 때에 비해 신체능력도 떨어지고, 노화에 따른 각종 질병도 뒤따른다. 품안의 자식들이 떠나고, 친구들도 하나둘씩 세상을 등지면서 외로움도 커질 수밖에 없다. 나이 든 것도 서러운데 더구나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노후는 더더욱 삶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올해 102세인 김형석 교수는 그의 저서 ‘백세일기’에서 8가지 노인들의 삶을 말했다. 늙어서 삶에 걸림돌 없이 신선처럼 사는 노선(老仙), 학처럼 고고하게 사는 노학(老鶴), 동심으로 돌아가 춤추고 노래하며 즐거운 여생을 보내는 노동(老童), 그저 늙은이로 사는 노옹(老翁), 감투 욕심 많은 노광(老狂), 외로운 삶을 사는 노고(老孤), 수중에 돈 한 푼 없는 노궁(老窮), 추한 모습으로 사는 노추(老醜)가 그것이다. 나이듦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어떤 삶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이현근(광역자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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