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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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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아름다운 삶의 끝자락을 위해- 이동찬(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장)

  • 기사입력 : 2021-02-09 19: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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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강을 건너지 말라고 눈물로 호소하던 여인의 흐느낌은 허무한 메아리가 되어 허공 중에 떠도는데 기어이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버린 백수광부(白首狂夫)!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랑하는 이들 간의 애잔함이야 어찌 말로 다 하겠는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신들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또 기도해 보았지만, 삶의 끝자락에서 새로운 삶을 부여받는 기적은 내 어머니께 일어나지 않았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그 시작과 끝이 있고, 인간도 언젠가는 현재의 삶을 마감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게 되어 있을진대 불효자의 주홍 글씨를 새긴 아들의 이기심 가득한 일방적인 기도였을까!

    얼마 전 사랑하는 어머니를 저 세상으로 보내드렸다. 말기 암 판정을 받고 힘든 투병 생활을 계속했던 어머니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치열하게 움켜쥐었던 삶의 끝자락을 느릿해진 호흡 속에서 시나브로 내려놓으셨다. 이미 오래전부터 죽음을 준비했던 어머니는 온화한 미소를 띠며 너무나도 의연하게 영면에 드셨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가장 먼저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등 가족 공동체와 관계를 맺게 된다. 가족의 사랑과 지지는 절대적이며, 특히 어머니의 사랑은 무모하리 만큼 헌신적이고 무조건적이다.

    그 어리석음(?)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고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세상에서 가장 바보처럼 사셨던 어머니와의 영원한 이별은 슬픔을 넘어 헤아릴 수 없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릴 적 할아버지께서는 어린 손자를 무릎 위에 앉히고선 부모의 부모는 조부모로 시작한다며 뿌리의 중요성과 한 뿌리에서 태어난 형제 간의 우애에 대한 말씀을 자주 하셨다. 아버지께서는 장남으로서 일평생 그 말씀을 새기며 집안의 큰 형님으로 사는 삶을 사셨고, 어머니께서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장성한 자식 걱정에 여념이 없으셨다.

    무한한 사랑을 주셨던 어른들을 한 분 한 분 떠나보내고, 다시는 뵐 수 없다는 생각에 먹먹한 서러움이 한껏 밀려온다. 우리가 평소 공기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듯 어리석게도 소중한 분들이 다 떠나고 난 뒤에서야 좀 더 잘 모시지 못한 회한에 가슴 치게 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봉사하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한다.

    절망과 체념 속에서 기존의 일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무의미하게 생을 마감하는 이가 있는 반면, 차분하게 지난날을 정리하고 아름답고 기뻤던 순간들을 회상하며 평안하게 임종을 맞이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시한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의학자 김현아 교수가 그의 저서 〈죽음을 배우는 시간〉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일과 죽음을 배우고 준비하는 일이 ‘좋은 삶’이라는 목표를 위해 똑같이 중요하다’라고 전하고 있는 메시지처럼 스스로 후회하지 않을 삶의 끝을 미리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웰빙(well-being)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중시되고 있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자신이 살았던 자연과 이웃과 가족과 따뜻하고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중년을 지나고 있는 지금 나는 어떠한 삶의 끝을 맞이하든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고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

    어머니가 그러하셨던 것처럼 누군가에겐가 소중한 사람, 고마운 사람,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삶을 살고 싶다.

    오늘따라 ‘울 엄마’가 참 많이 보고 싶다.

    이동찬(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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