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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인묵수렴(忍默收斂)- 이상권(광역자치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1-02-07 20: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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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言)은 내면의 발현이다. 생각을 외형화하는 가장 보편적 수단이다. 사람 됨됨이에다 품위와 격조가 드러난다.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독설과 무자비한 독단의 언어는 치명적이다. 상대를 깔아뭉개고 득의양양해도 언젠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듣는 이에게 모멸과 상처, 증오와 분노의 씨를 뿌린다. 앙갚음의 필연적 예고다. ‘혀 밑에 도끼가 있어 말을 잘못하면 화를 부른다(舌底有斧)’고 했다.

    ▼신중한 언행은 절대 권력조차 자신을 채근하는 방편으로 삼았다. 조선 정조는 “사람은 막말로 한때의 쾌감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비록 미천한 마부에게라도 일찍이 ‘이놈, 저놈’하고 부른 적이 없다”(일득록)고 했다. 정조 때 학자 이덕무는 “경솔하고 천박한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려고 하면 재빨리 마음을 짓눌러, 그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단 입 밖으로 내뱉고 나면 다른 사람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해로움이 따르게 될 텐데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사소절)라고 일갈했다. 말은 다시 담을 수 없으니 자중하라는 뜻이다.

    ▼청나라 부산이 쓴 ‘잡기에 인묵수렴(忍默收斂)’이란 말이 있다. ‘언어는 정말 통쾌한 뜻에 이르렀을 때 문득 끊어 능히 참아 침묵할 수 있어야 한다(忍默). 의기는 한창 피어오를 때 문득 가만히 눌러 거둘 수 있어야 한다(收斂)’는 의미다. 청의 작가 석성금도 ‘말은 다 해야 맛이 아니고, 일은 끝장을 보아서는 안 된다’(전가보)고 했다. 인내하고 절제하는 언행의 당부다.

    ▼말의 성찬 시대다. 통신기술 발달로 온·오프라인 난무하는 대화가 어지러울 정도다. 감정의 찌꺼기까지 남김없이 배출하는 해우소가 됐다. 끊임없이 묻고 확인하는 게 보편적 일상이다. 사고의 침잠과 정제를 불허한다. 경솔하고 절제되지 않은 발언은 갈등과 반목을 촉발한다. 생각이 깊으면 언어는 천박하지 않다. ‘인묵수렴’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이상권(광역자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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