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5일 (목)
전체메뉴

[촉석루] 더 좋은 미래란 없다- 변영호(거제 국산초등학교 교감)

  • 기사입력 : 2021-02-02 19:47:09
  •   

  • 우린 최면에 걸렸다. 자동차가 다니기 좋은 도시가, 차를 편하게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살기 좋은 도시라고 믿고 있다. 믿음은 성경 구절처럼 도심 교통 정체 해소, 도심 주차란 해결이라는 단골 선거 공약으로 울려 퍼진다.

    좁은 길을 넓혔다. 굽은 길은 직선이 되었다. 풀과 나무가 자라던 곳은 콘크리트 주차장이 되었다. 모두 자동차를 위해서다. 사람들은 길 가장자리로 밀려났다. 길을 걸을 때 끊임없이 좌우로 자동차 눈치를 보며 걷는다. 최면에 걸린 사람들은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는 자동차를 보며 아무 말도 못 한다.

    최면에서 깬 사람도 있다. 작년 6월 프랑스 파리시장으로 재선된 안 이달고다. ‘시장이 되면 도심 내 자가용 진입을 금지하겠다. 사내 주차장을 반으로 줄이겠다. 2026년까지 모든 도로에 자전거 통행권을 보장하겠다’, 그녀의 시장 재선 선거 공약이다. 그녀는 파리 시민들이 가진 자동차 중심 도시와 길에 대한 최면을 깼다. 사람이 우선이라고 외쳤고, 파리 시민들은 그녀를 선택했다.

    안 이달고는 행동하고 있다. 심각한 기후 위기 상황에서 모두의 건강한 삶을 지키고 우리 아이들에게 푸른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생태교통을 선택했다. 생태교통이란 보행, 자전거, 대중교통, 공유교통, 소형 친환경 모빌리티가 중심이 된 교통 시스템이다.

    미래가 더 좋을 것이라는 최면은 깨졌다. 우린 도화지에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우주왕복선을 그리며 찬란한 미래를 상상한 세대다. 미래는 오늘보다 더 발전하고 더 행복할 것이라고 믿었다.

    기후 위기는 ‘우리가 오늘보다 내일 더 잘 살 것이다’라는 희망을 도려냈다. 대신 우리 미래세대들이 ‘늙어서 죽고 싶다’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기후 위기는 안 이달고처럼 사회 시스템을 친환경에너지 사회로 바꾸어야 해결된다.

    기후 위기는 우리 사회의 큰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다. 우리 나라는 기후 위기 주범인 탄소 배출량은 세계 7위, 국민 1인당 탄소 배출량 세계 4위다. 이대로라면 미래는 절망과 고통의 시간이다. 내년 선거에 최면에서 깬 수많은 안 이달고가 나와야 하는 이유다. 그냥 주어진 더 좋은 미래는 없다.

    변영호(거제 국산초등학교 교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