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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합리적 낙관으로 봄을 기다리며- 정보현(한국폴리텍Ⅶ대학 교양학과 인성전담교수)

  • 기사입력 : 2021-02-02 19: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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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 앞에 선 당신에게 조언을 해주는 두 명의 친구가 있다. 한 친구는 현실적인 근거들을 제시하며 ‘잘 될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다른 한 친구는 ‘무조건 잘 될 거야’라고 한다. 우리는 내면에 이 두 친구를 다 가지고 있다. 둘 중 누가 당신의 삶에 더 도움이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낙관주의가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되었다. 결론은 두 사람의 강점이 혼합된 ‘합리적 낙관’이다. 2021년은 코로나19의 상처 속에서도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있어 두려움과 희망이 공존하는 시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합리적 낙관’이다.

    낙관주의(optimism)는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과 함께 1990년대부터 조명되기 시작했다. 낙관주의적 사고를 지닌 사람은 삶에서 긍정적 측면에 집중해 역경을 만나도 희망을 놓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결국 낙관주의는 자성예언이 되어서 목표를 이룰 가능성을 높여준다.

    합리적 낙관은 스트레스를 회피하기 위해 현실을 왜곡하는 ‘막연한 낙관주의’나, 눈앞의 현실을 아예 받아들이지 않는 ‘자기기만(self-deception)’과는 구별된다. 낙관주의에서는 이러한 ‘비현실적 낙관’은 경계하고 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soockdale paradox)’는 합리적 낙관주의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이다. 미 해군 장군 스톡데일은 장교 시절 베트남 전에 참전했다 8년간 혹독한 포로 생활을 겪게 된다. 그는 수십 차례 고문과 회유를 견디면서도 동료들을 격려했고 결국 생존해 고국으로 돌아온다. 이후 수용 생활을 회고하며 자신이 생존할 수 있었던 건 언젠가는 돌아간다는 희망은 가지되, 살아남아야 한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실을 직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동료들 중 비관론자보다 근거 없는 낙관주의자들이 가장 일찍 죽었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부활절이 되면, 그다음은 추수감사절이 되면 풀려날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을 품었던 사람들은 실망이 거듭될수록 더 큰 좌절에 빠져 결국 병으로 죽어갔다. 근거 없는 낙관은 더 큰 낙담을 불러온다는 역설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는 ”짝퉁 긍정에 속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긍정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그러하다고 생각하여 인정하는 것’이다. 진짜 긍정은 보고 싶은 것만 보지 않고 팩트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여기의 삶’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앤디는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받았지만 억울함이 풀릴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보다는 냉혹한 수감 현실을 직시하며 조금씩 현실적 계획들을 실행해 결국 ‘자유’를 찾는다. 나폴레옹은 전쟁에 나가기 직전에는 “내 사전엔 불가능이란 없다”고 했지만, 실제 작전을 짤 때는 ‘겁쟁이’가 되어야 한다며 불리한 상황과 현실은 지나칠 만큼 대비하고 전략을 세웠다.

    2021년은 11월까지 전 국민 70%의 백신 접종을 목표하고 있고, 경제계에서도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고 있고, 백신 안정화에 대한 우려도 아직 존재하고 있어 빠른 시일에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래를 낙관해야 한다. 라이어넬 타이거는 〈희망의 생물학〉에서 인류가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현실에 관한 낙관적 환상이 있기 때문이라 했다. 겨울이 지나면 더디더라도 반드시 봄은 오듯이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한 걸음 더 진보할 것이라는 희망을 잊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야 한다. 지금 겨우내 식물들은 추위에 움츠리면서도 조용히 봄에 틔울 싹을 준비하고 있다.

    정보현(한국폴리텍Ⅶ대학 교양학과 인성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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