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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입춘(立春)- 김유경(광역자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21-02-02 19: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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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꾸만 ‘들 입(入)’ 자를 마음으로 훔쳐와 썼다. 오독(誤讀)인 줄 알면서도 그랬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대지와 창공에 봄의 기운이 차오르고, 일정한 시간의 흐름을 따라 거기에 들어가는 것이렸다! 때문에 입춘(立春)이라 쓰인 앞에서도 마음은 그것을 천연덕스럽게 입춘(入春)이라 읽었다.

    ▼입춘(立春)은 ‘봄의 기운이 다다르다’라는 뜻이다. ‘설 립(立)’에는 물리적으로 선다, 설립하다는 의미뿐 아니라 ‘어떤 장소나 경우, 상황으로 나아가 다다르다’라는 뜻이 함께 있다. 서예가 다천(茶泉) 김종원은 ‘계절은 어떠한 지점으로 들고 나는 것이 아니다. 달리 말해, 계절은 기운의 성립을 말하는 까닭으로, 입춘절은 봄의 기운이 자라나서 나아가 다다른 절기’라고 설명했다. 입하(立夏), 입추(立秋), 입동(立冬)도 같은 이치로 찾아오는 절기다.

    ▼지난달 도의회에서는 의장과 제1부의장 불신임 건에 대한 표결이 있었다. 후반기 의장단 선거로 촉발된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한 이후 7개월이 지난 뒤였다. 두 사람은 1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직을 유지하게 됐다. 이 사태는 양극단에 서서 ‘민의’를 외치던 의회 구성원 모두에게 조금씩 내상을 입혔다. 의장단 선거에서 드러난 표 이탈이 다시 한번 드러나면서 민주당은 다수당의 체면을 구겼고, 의장과 부의장 역시 가까스로 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민의를 대표하는 자가 가지는 본연의 권위는 동력을 잃었다.

    ▼계절의 변화는 시간의 순서를 따르며, 거기에 세상만물이 들고 난다는 추론은 이 세계의 전모를 다 알 수 없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상당한 착각일지 모른다. 기운이 성립했기에 계절이 온다. 다시 말해 도민의 마음을 오독하지 말자. 함부로 민의(民意)운운하며 타인의 뜻을 제멋대로 훔쳐 쓰지 말자. 민의는 자라나서 나아가 다다르는 것이다. 마침 오늘은 입춘(立春)이다.

    김유경(광역자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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